<포럼>청문회 ‘도덕-능력’ 검증 나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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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지난 16일 여야 국회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방향과 TF 구성에 합의했다고 한다. 국회 측의 설명에 따르면 “박병석 의장이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 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여야 원내대표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청문회 개선의 핵심은 정책 능력과 도덕성을 분리해서 접근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점을 포함한다.

첫째는, 국민의 ‘알권리’에 관한 문제다.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론적 이유는, 국민에게 공직 후보자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그 소개는, 그냥 이런 사람이라고 일방 통보하는 게 아니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의 일부다. 그런데 국민으로서는 그 공직 후보자의 경력이나 겉모습만 가지고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그가 살아온 길과 그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동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는 도덕성도 포함된다. 한마디로, 동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국민은 공직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이것이 알권리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될 수 없다면 차라리 청문회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 가뜩이나 권력이 청문보고서도 채택 않고 일방적으로 공직자를 임명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판에 국민의 알권리마저 제한하는 청문회는 없애는 게 낫다는 뜻이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 ‘정책적 능력’과 ‘도덕성’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하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주무 부서의 공직 후보자가 투기 의혹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투기 의혹이라는 도덕성과 부동산 정책 능력을 분리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교육 관련 공직 후보자가 자녀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적이 있다고 가정해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한마디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공직 후보자라 하더라도 ‘내로남불’의 인생을 산 공직자가 내놓는 정책이 과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란 말이다.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정책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그래서 도덕성과 정책적 능력은 분리하기 힘든 것이다.

세 번째 문제점으로는,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할 경우 각종 언론 매체가 쏟아내는 공직 후보자 관련 의혹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일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언론은 의혹을 제기하고 국민은 그 의혹의 사실 여부를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오히려 해당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만 커질 가능성이 짙다. 정부가 언론 통제에 나선다면 이런 방식의 분리 청문회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모조리 명예훼손을 걸어 언론의 입을 틀어막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청문회 제도를 유지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공직 후보자 모두가 성직자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살면서 거짓말을 하거나 본의 아닌 실수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고의로 법을 어긴 사람이 공직자가 돼선 곤란하다. 위장전입, 음주운전, 본인이나 아들의 병역기피 등은 ‘실수’ 아닌 ‘위법한’ 사안들이다. 이런 전력을 가진 이들이 걸리지 않아 괜찮다며 공직자가 된다면, 어떻게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는가. 법치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