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증委 ‘김해’ 문제없다는데 가덕도 밀어붙이는 暴擧(폭거)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발표한 보고서 내용은 황당할 정도로 모순적이다. 김해신공항에 대해 안전·소음·시설운영·환경 등에 문제가 없어 동남권 관문공항 여건을 충족한다면서도,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주변 소음, 활주로 길이, 여객 수요 계산, 낙동강 수질 오염까지 검토해 문제가 없다고 나왔으면 당연히 계속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경제성·접근성 등은 이미 4년 전 국제 실사단에 의해, 그에 앞서 상식 차원에서도 결론이 나 있다. 결국 ‘분석 따로, 결론 따로’의 궤변을 내놓은 셈이다. 김수삼 위원장을 비롯한 검증위원들이 과연 전문가의 양심으로 판단한 것인지, 권력의 압박에 굴복한 것인지, 아니면 나 몰라라 식으로 자포자기한 것인지부터 의문이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목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김해공항 주변 산을 깎게 되면 부산시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런 전제부터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런 협의가 필요하더라도 하면 된다. 둘째, 미래 예측은 더 어이없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이 2056년까지 추정되는 여객 수요 2925만 명을 넘어 3800만 명까지 충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화 대응에 제한적이 아니라 남아돈다. 만약, 30∼40년 뒤 수요가 이 예측을 넘어서서 확장한다고 하더라도 김해신공항이 더 유리하다는 것은 일반인이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다. 2016년 프랑스 공항전문 용역팀도 김해공항 확장이 가덕도보다 쉽다고 판단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추진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 백지화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정부가 검증위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신공항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대구신공항은 물론 밀양 등 다른 입지도 고려 대상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인다. 태풍이 몰아칠 바다 위에 활주로를 만든다는 비상식적 구상, 수심이 깊은 바다를 매립하는 난공사 등 문제점을 회피하기 위해 예비 타당성 조사도 면제하는 ‘특별법’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이던 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 때문에 실시되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용하겠다는 폭거(暴擧)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냉철한 부산시민들이 나서서 이런 포퓰리즘 광기를 제어해야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