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은커녕 이슈마다 이견… 野性 잃은 국민의힘 ‘총제적 난국’

장외투쟁·원내투쟁 미적미적
기업규제 3법·가덕도 등 내분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기업규제 3법·부산 가덕도 신공항 등 ‘3종 폭주’에 속수무책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거여(巨與)의 밀어붙이기에 어느 것 하나 당론을 마련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제1야당’으로서 야당 구실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3일 오전 주호영 원내대표 주재로 비공개 원내대표단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공수처법은 물론, 최근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원내 현안을 놓고 전략을 논의해 정답을 내놓자는 자리였으나 또다시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0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쟁점 법안 15건을 모두 정기국회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국민의힘은 ‘총체적 난국’ 상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초선 의원들이 ‘장외투쟁 불가, 원내투쟁 우선론’을 강조해 온 만큼 국회 밖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장외투쟁을 하면, 소꿉장난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슈별로 당내 이견도 여전하다. 김 위원장은 현재 ‘평생 과업’인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기업규제 3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당내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윤창현 의원은 “노동조합·사모펀드·연기금 복합체 탄생의 서막으로, 기업 ‘3중고’ 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오는 24일 추경호 의원과 함께 ‘공정경제 3법인가 기업규제 3법인가’ 정책토론회도 주최한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놓고선 당 지도부의 무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원내 사령탑인 주 원내대표가 뚜렷한 전략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추진하는 자당 부산 지역 의원들을 강력 비판하면서 주말 사이 민주당(양향자 최고위원)으로부터 “학교 학생회만도 못하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여권의 가덕도 신공항을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오래전에 읽혔다. 하지만 최근까지 수수방관하다가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의원들이 나뉘어 갈등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 위원장이 추진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법 판결에 대한 사과 역시 당을 분열시킬 화약고로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연초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