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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Deep Question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23일(月)
국가의 귀환인가 연대의 출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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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이정호 작가

국제정치에 ‘인터레그넘(interregnum·궐위의 시대)’이 도래하는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공석 시대(1254∼1273년)와 같이 최고 권력의 공백 상태를 가리키는 인터레그넘이 돌아오는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군사·경제적 부상, 여기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만들어낸 ‘각자도생’은 혼란을 가속화하는 추동력이다. 동시에 지난 3일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대표되는, 질서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동력도 분명 존재한다.

2020년 현재 두 개의 힘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는 세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질서의 위기를 딛고 진전할 것인지, 아니면 1648년 근대 국민국가 출현을 알린 베스트팔렌 시대로 회귀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갈림길에 서 있다. ‘국가의 귀환인가, 초국가적 연대의 출현인가’라는 딥 퀘스천을 던지는 이유다. 이 질문이 중요한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globalization)’가 만든 그림자, 그리고 이 그림자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느냐가 앞으로 우리, 나아가 미래 세대의 삶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민족국가의 귀환이 무한경쟁으로 귀결된다면 신구(新舊) 권력 간에 어떤 형식으로든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식량·에너지난, 보건위기 등의 문제는 국제적 협력·연대 없이는 풀 수가 없다. 전자가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가 ‘예정된 전쟁’에서 언급한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면, 후자는 권력전이 기간 리더십 부재로 전 세계가 재난과 위협에 봉착하게 된다는 ‘킨들버거 함정’이다.

18세기 말∼19세기 초 변환기에 망국(亡國)을 맞았던 한반도는 이번에는 인터레그넘을 어떻게 버텨낼까. 또 이후 다가올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앞의 질문에 반드시 ‘국제질서의 전환기, 한반도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라는 부제를 붙여야만 하는 이유다.


▲  도널드 트럼프 vs 조 바이든 전후 세계질서가 세계화에 대한 반동과 급격한 기술진보 등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슈퍼파워 미국이, 더 나아가 세계가 어디로 나아갈지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길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두 인물이다. ‘벼락부자’ 트럼프의 충동성과 불예측성, ‘흙수저’ 바이든의 신사적 태도와 엘리티즘은 개인 성향 면에서도 현대의 갈등 단면을 축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2020년 현재 ‘트럼프 vs 바이든’

국제사회가 처한 모순과 위기를 가장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장(戰場)이 있다. 유일한 ‘슈퍼파워’ 미국이다. 상반된 두 가지 힘의 대결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對) 조 바이든’이다. 미국 외교정책의 양대 전통인 고립주의와 개입주의를 각각 보여주는 현대의 상징적 인물이지만, 급격한 기술변화와 정치적 양극화 심화에 따라 양측 간 격차는 더 넓고 더 깊어졌다. 지난 3일 대선에서 ‘정통주의자’ 바이든이 복귀했다고 해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피즘’이 절멸했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전후 세계를 이끌어왔던 미국의 내부투쟁 종착역이 어디인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층위를 글로벌 차원으로 올리면 예측은 더욱 어려워진다. 역사적으로 권력전이(Power transition), 또는 헤게모니(패권)의 교체·완성, 나아가 신(新)제국이나 지배세력의 질서 구축·적용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려왔기 때문이다.

과도기적 기간을 채우는 것은 혼돈이다. 현재의 세계가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전후 연대·협력의 제도로 탄생한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무력해졌고, 한때 제3세계 국가들에 대안으로 보였던 중국·러시아의 권위주의적 모델도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한계가 드러났다. 국가 중심의 단극체제로 빠르게 귀환할지, 다양한 행위자가 연대·협력하는 글로벌거버넌스를 구축할지, 과도기가 장기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에게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는데, 국가로 쪼개진 상태로 유지되면 협상을 기반으로 한 질서(deal-based order)로 갈 가능성이 하나”라면서 “다른 하나는 글로벌거버넌스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나리오① : ‘각자도생’과 패권전쟁

가장 강력한 시나리오는 국가경쟁체제로의 회귀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협력의 강화와는 정반대인 강력한 국가의 귀환으로 귀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시행 이래 수면 위로 떠올랐던 ‘각자도생’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국이 앞다퉈 백신 분량을 확보하는 ‘백신 이기주의’로 이어질 태세다. 다만 대선에서 승리한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한 만큼 최악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바이든 역시 자국 이해를 중시하기 때문에 흐름 자체를 거스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베스트팔렌 체제’식 국가 중심주의는 기본적으로 제로섬게임에 기반하기 때문에 팽창적이다. 베스트팔렌 체제 이후 유럽국가들의 무차별적인 경쟁이 식민정책과 식민지 쟁탈전을 낳으면서 후발주자인 독일의 두려움을 자극, 1차 세계대전의 기폭제가 됐다는 점이 역사적 사례다. 또 1차 세계대전 이후 해소되지 않았던 갈등은 포퓰리즘, 더 나아가 파시즘의 근원이 되면서 2차 세계대전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무한경쟁’ 체제는 제3차 세계대전이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갈등과 모순 해결을 위한 전쟁에 대한 유혹을 키운다. 글로벌 정세 분석가인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퓨처스 설립자 겸 회장도 지난 9월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2050년 이전에 전쟁이 있을 것이며, 질문은 ‘어디서 전쟁이 일어날 것일까’뿐”이라고 말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에 따르면 국제정치는 단극성 회귀에 대한 강력한 동인이 존재하는데, 현재의 흐름이 강화된다면 미·중 간 패권전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직접적 격돌이든 대리전으로든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이를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가 앨리슨 교수다. 현 상황을 1차와 2차 세계대전 사이의 ‘전간기’와 유사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반면 미·중이 ‘협력적 경쟁’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쇠퇴하는 강대국이 아니라고 전제한 뒤 “지금의 가장 기본적 문제는 미·중이 차이를 극복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며,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국제질서 형성에 건설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앨리슨 교수 역시 “아무리 관계가 적대적이라도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자살행위라는 게 엄연한 사실이라면 ‘협력적 경쟁’으로 갈 수도 있다”고 길은 열어두고 있다.

▲  ‘투키디데스 함정’과 ‘킨들버거 함정’ 권력 전이 과정에서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국제정치적 위기 상황을 이르는 용어로, ‘투키디데스 함정’은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사례로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국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이론이다.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가 ‘대공황의 세계 1929~1939’에서 주장한 킨들버거 함정은 패권국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대공황 같은 재앙이 생긴다는 가설이다.

# 시나리오② : 비국가 행위자의 급부상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의 흐름은 정반대였다. 미·중 전략 경쟁에도 불구, 국제기구와 민간단체·초국적 기업(TNC) 등 비국가 행위자의 역할은 글로벌적이었다. 전통적 기구인 유엔과 유엔 산하 국제기구 등은 강대국 간 합의에 의해 탄생했다는 태생적 한계가 명확했지만, 이 같은 협력의 빈틈을 1970년대 이후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비국가 행위자들이 꼼꼼히 채워 넣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나 옥스팜 등 글로벌 단체들은 실질적 연대·협력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전 세계 8만2000여 개 기업과 산하 자회사 81만 개에 달하는 TNC의 네트워크는 말 그대로 세계를 ‘지구촌’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일조한 것이 바로 기술이다. 항공 및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유기적 글로벌 협력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면서 1990년대 이후 새로운 동력을 부여하고 있다. 안문석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글로벌 정치의 이해’에서 이들 단체의 “영향력 강화는 인터넷을 통한 통신과 정보유통의 발달에 힘입은 바 크다”면서 ‘연합’과 ‘네트워크’ 방식으로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반(反)세계화 시위인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의 오클라호마주 털사(Tulsa) 유세가 실패한 배경에도 방탄소년단(BTS) 팬들이 SNS 틱톡을 통해 티켓을 구매한 뒤 ‘노쇼’하는 방식의 시위가 있었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변화 운동도 같은 맥락으로, 여기에는 초국가적 연대·협력의 출현에는 코로나19로 대표되는 보건 및 기후, 생태 위기에 대한 절박감이 짙게 묻어 있다. ‘호모 사피엔스’ 작가 유발 하라리는 ‘초현실’에서 “인류에게 닥친 3대 위기는 핵전쟁과 지구온난화 및 과학기술에 의한 실존적 위기로, 이는 국제적 노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이 때문에 초국가적 문화에 기반한 ‘세계시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글로벌 이슈에 대한 ‘수평적 연대’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국 이해에 함몰된 국가들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분노’가 자양분으로, ‘인류’라는 대전제하에 환경·생태·보건 등 과제별로‘합종연횡’하는 유목민적 연대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민국가 확립과정에서 필요했던 민족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양대 기제가 이제 분기점에 왔으며, 앞으로는 대도시 중심으로 탈국가화가 가속화하는 초국가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나리오③ : ‘궐위’의 장기화 속 견제

그런데도 수평적 연대는 걸음마를 막 뗀 수준이다. 이해관계를 배제한, 단일 이슈로만 이뤄진 연대가 정치적 힘으로 전환되기 위해선 기존의 정치·사회·경제 구조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데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국가의 기능과 역할을 대체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다. 비국가 행위자의 다양한 층위도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당장 슈퍼 TNC로 대변되는 과도한 자본의 힘에 대한 경계는 상당하다. 세계화의 그늘 속에서 자본의 무자비한 지배는 음모론이 쉽게 폭발할 수 있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사태 속에서 생명보다 이익을 철저히 따지는 다국적 제약업체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다.

전통적 행위자인 국가 역시 위기다. ‘그림자 국가’나 ‘딥스테이트(Deep state·숨겨진 권력집단)’ 음모론 뒷면에는 세계화를 적극 추진해온 주체였던 국가와 관료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세계화로 가장 큰 편익을 취해온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도 팽배하다. 실제로 미국은 2016년 ‘오물 청소를 하겠다(drain the swamp)’면서 반(反)기득권 기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코로나19로 강력한 국가는 귀환했지만, 시민의 자유 제약이나 ‘감시사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렇기 때문에 ‘궐위’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패권 경쟁 양상으로 가더라도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는, 그래서 미·중 양극 체제나 양극+다극 보조체제 등과 같은 ‘모더스 비벤디(modus vivendi·잠정합의)’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패권 불가능의 시대가 온다고 본다”면서 “미·중 패권경쟁에서 누구도 이기지 못하고, 이겨도 이긴 게 아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어떤 결론으로 향하든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에서 최선을 추구하며,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민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좋은 국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 대두 속에서 글로벌 협력·연대를 만들어내는 국제정치의 장(場)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 2050년을 향한 한반도 생존법

앞의 모든 논의가 결국 다다르는 지점은 한반도다. 지난해 아산정책연구원의 ‘국제정세전망 2020’의 대주제가 ‘신지정학(Neo Geopolitics)’인 것처럼,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지정학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잇는 다리(bridge)인 한반도는 미·중·러·일 4강에 둘러싸여 있으며, 핵 보유를 추구하는 적대적인 북한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부터 동북아 질서의 주요 행위자였던 중국의 권력 변환기마다 한반도 정세가 크게 요동쳐 온 것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학계와 외교가에서도 향후 국제질서가 어떤 식으로 귀결되는지에 대한 분석·전망은 각양각색이지만,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유사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소 동북아에서는 권력 전이가 이미 시작됐으며,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확실한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주변의 최대 강국인 미·중 내부 변화와 미·중 관계를 큰 틀에서 살펴야 한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는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전쟁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 중 핵심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지, 선택 자체가 가능은 한지,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한국에 주재하는 한 외국 외교관은 “기본적으로는 미·중 관계의 미래가 핵심이며, 특히 북·중에 접근할 때는 이들 국가의 내부정치 체제 변화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질문은 당연히 북핵 및 북한 문제를 포괄한다. 남북문제는 민족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남북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는 점에서 ‘국가 대 국가’라는 국제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북문제의 이 같은 이중성 때문에 이 질문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미 동맹 강화에서부터 미·중 간 균형외교, ‘줄타기’ 연장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북핵 해법에서도 제재와 관여 사이에서 극과 극의 다양한 정책조합이 제시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한국의 외교정책 방향과 기조에 대한 합의점도 없는 상태다. 학계와 외교가에서 대략 논의되고 있는 큰 틀은 △가치 외교 △국익 중심 실용외교 △사안별 지지와 반대 △중견국 연대 △다자주의 등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과 북핵 문제 등 구체적 정책대응으로 들어가면 성향·노선에 따라 확 갈린다. 전통적인 한·미 동맹 중요성을 강조하는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금 한·미 동맹은 이름만 있고, 속은 텅 빈 공동화(hollow out)된 ‘동상이몽’의 동맹”이라면서 “향후 동북아에서 중국의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미국이라는 점에서 동맹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한·미 동맹 회복이라는 전제하에 역내 국가와의 연대, 중국의 군사력 분산을 유도하는 대응전략 수립 등을 제안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신한반도 평화구상’은 북한과의 대결을 지양하고 대화·협상을 통해 평화를 정착하자는 내용으로, 남북문제 우선 해결에 방점이 찍혀 있다. 북한뿐 아니라 대북 영향력을 쥔 중국에 대해서도 보다 유화적이다. 송영길 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 방미단장이 지난 19일 “바이든 신임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날 때까지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서로 필요하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궐위의 시대’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편은 그게 다자주의든, 일극주의든 간에 새로운 질서의 태동기에서의 역할 강화를 주문한다. 한 고위 외교관은 “혼돈에는 공간이 생기게 되고, 우리가 끼어들 공간이 생긴다”면서 “새로운 질서(New Order)를 위해서는 규범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치를 세워두는 작업, 즉 철학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어쨌든 간에 “우리 문제에 대한 ‘중심성(issue ownership)’을 바탕으로 정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외교적 기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성찰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끝>

신보영 국제부장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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