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사는 ‘소셜 믹스’로 부동산 계층갈등 해소해야”

  • 문화일보
  • 입력 2020-11-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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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 리옹 콩플뤼앙스(confluence) 도시개발 사업지구의 사회주택 단지 전경. 프랑스에서 사회주택은 입지나 시설 등에서 일반주택을 능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효형출판 제공


■ “주택·도시정책 변경하라” 관련 서적 잇단 출간

좋은 건축 골고루 분산하고
분양·임대주택 어우러져야
현정부 대증요법 성과없어
치밀한 계획·장기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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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란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또 바람직한 주거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 반만을 남긴 현시점까지도 ‘부동산 대란’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가운데, 부동산 및 주거 정책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책들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도시는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주택 소유주와 세입자 모두가 공존하는 공간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치밀한 계획과 장기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최민아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쓴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효형출판)은 150년 역사의 프랑스 사회주택에서 대안을 찾는 시도다. 파리에서 외국인 유학생으로 지낸 7년 동안 주거 문제로 아무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데, 정작 한국에 돌아와서는 10년 동안 이사를 7번이나 하고, 2번은 전세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분통 터지는 경험을 한 게 책의 밑거름이 됐다. 최 연구원은 집값이 서울보다 더 비싼 파리가 오히려 더 안정적인 주거 여건을 갖춘 배경에 사회주택이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사회주택은 공상적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의 ‘노동자를 위한 베르사유 궁전’ 구상에 철학적 뿌리를 두지만, 그 시초는 기업가 장 바티스트 고댕이 1858년부터 지은 노동자 주택이다. 이후 노동자에 대한 박애정신뿐 아니라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필요, 위생적인 주거 환경을 유지해야 할 사회적 필요 등이 중첩돼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등에 의한 사회주택 공급이 이어졌다. 현재는 소득 수준 하위 70%에 이르는 시민이 사회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입지나 건물의 질도 일반주택에 뒤지지 않는다.

그 결과는 모든 시민의 주거 안정과 공존이다. 최 연구원은 “도시라는 생태계는 다양한 사람, 직업, 문화, 산업이 모여야만 위기에 대응하며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면서 ‘사회적 혼합(social mix)’이 도시정책과 주거정책의 주요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서민의 베르사유 궁전’을 표방한 대규모 사회주택 단지도 슬럼화한 실패의 경험이 있다. 아무리 건물을 훌륭하게 짓더라도 저소득층을 한곳에 몰아넣는 식의 개발은 계층 분리를 낳고, 장기적으로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가 쓴 ‘서울 해법’(현암사)은 ‘좋은 건축’을 통해 서울을 ‘옳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김 교수가 말하는 ‘옳은 도시’는 “1%의 명품 건축과 99%의 나쁜 건축으로 이뤄진 도시가 아니라 10%의 좋은 건축이 바탕을 이루는 도시, 좋은 건축이 한곳에 쏠리지 않고 도시 전역에 골고루 분산된 도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 지하철 5개 노선과 촘촘한 도로망, 신산업·상업·문화·교육·의료 등 모든 인프라가 집중된 현재의 서울은 ‘옳은 도시’가 아니다. 강남·비강남의 토지 가격 격차는 강남 주민들의 노력이 아니라 비대칭적 개발로 인해 생겨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강남·비강남 불균형 해소와 주거·상업 공간 재구조화의 최적지로 강북 역사 도심에 주목한다. 청계천 이북은 보존·재생에 힘쓰고 이남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을 짓자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대규모 유휴부지를 ‘사회적 혼합’을 실현하는 데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유휴부지 내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지음으로써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른 시민이 어울려 살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 공공성에 방점을 둔 이들 정책 대안은 논쟁적이다. 그러나 24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도 번번이 ‘풍선 효과’만 불러일으킨 현 정부의 대증요법식 정책으로는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 투자’를 막지도, 주거 안정을 달성할 수도 없다는 지적에는 이견을 달기 어려워 보인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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