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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24일(火)
공수처, 기구적·인적·실질적 정당성 결여… ‘중국식 공안통치’ 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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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왼쪽 사진)과 국민의힘(오른쪽)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무산된 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공수처의 태생적 문제점

입법·행정·사법에 속하지 않고 대통령 직속 사찰기구化… 檢에 사건이첩 요구 등 권한 막강
與, 유일한 통제장치 ‘野의 처장후보 비토권’마저 없애려 해… 관철 땐 권력비리 수사 끝난 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여야는 합의가 무산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일단은 한 번 더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시간만 끌 경우 즉각 공수처법을 개정해 공수처 출범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굳혔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문재인 정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공수처 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기관 설치원리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을 완전히 결여했다는 점이다. 즉 설치 근거 자체가 위헌적인 반헌법적 수사기구이다.

◇설치 정당성으로 본 공수처

지난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수사 전담 수사기구로 처음 도입을 주장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비리의 효과적 수사, 검찰 기소독점주의의 폐해와 특별검사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검찰개혁 방안으로 논의돼왔다. 그런데 선진국 중 우리의 공수처와 같은 수사기구를 둔 나라는 없다. 공수처와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해외 사례는 2018년 3월 중국이 헌법 개정을 통해 도입한 국가감찰위원회다. 이는 국무원 감찰부, 국가예방부패국, 인민검찰원 반부패 수사조직을 통합한 거대 사정기구다. 헌법상 행정기관·사법기관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받은 국가감찰위원회는 조사·심문·구금·재산동결·몰수 등의 권한을 갖는다.

헌법 제1조가 규정하는 국민주권주의는 권력기관의 설치와 조직이 국민에 의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국가기관 조직원리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이란 무엇보다 국가기관이 그 설치와 임무에 관한 헌법적 근거를 가져야 한다는 ‘기구적 정당성’, 국가권력 담당자의 임명 과정에 국민에 의해 부여되는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인적 정당성’, 그리고 국가권력의 행사가 법에 기속되고 그에 대한 통제체제가 갖춰져야 한다는 ‘실질적 정당성’을 포함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는 수사권과 공소권을 행사함에도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헌법상 근거 없이 국회가 공수처장 임명에 관여하고 있으며, 공수처 검사의 권한 행사에 대한 통제장치를 갖추지 않은 등 국가기관 조직원리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위헌적 수사기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거꾸로 간 검찰개혁

현재 집권세력이 추진하는 공수처는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통제 가능한, 대통령 직속 사찰수사기구로 기능할 위험성이 크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가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 차장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은 공수처장과 차장을 친정권 인사로 임명하고, 공수처장이 7명의 인사위원 중 친정권 인사 5명을 통해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인사를 좌우할 수 있다. 공수처 검사 또한 검사의 직에 있었던 사람이 50%를 넘지 못하게 규정해 친정권 성향의 변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들 때문에 공수처가 정치 중립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통령 직속 사찰수사기구로 기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사건이첩요구권 등을 통해 검찰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수사기구가 되고, 고위공직자 부패와는 무관한 직권남용·직무유기·공무상비밀누설 등 광범위한 수사권을 갖는다. 직권남용은 정부부처·지자체·군·국가정보원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전가의 보도’가 될 것이다. 또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과 취재원인 공무원 등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수사하면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할 수도 있다. 공수처가 판검사를 무분별하게 소환조사할 경우 사법부와 검찰의 독립성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막강한 공수처 권한에 비해 이를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없다. 공수처가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에 사건이첩요구권을 행사해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사를 하지 않아도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각종 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청와대 7개 기관이 개입된 것으로 공소장에 나타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의혹 사건 등을 공수처가 이첩받아 뭉개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

◇중국식 공안통치의 완성

여당이 공수처 연내 출범을 드라이브하려는 목적은 민주당이 발의한 3건의 공수처법 개정안, 이 중 특히 ‘김용민 안’을 들여다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김용민 안은 공수처에 대한 사실상의 유일한 민주적 통제장치랄 수 있는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을 백지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현재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여당과 야당 각 추천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고 위원 6명 찬성을 의결정족수로 하고 있다. 야당이 반대할 경우 여당 단독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공수처 중립을 위한 유일한 견제 장치다. 그런데 김용민 안은 ‘여당 2명, 야당 2명’ 규정을 ‘국회에서 추천하는 4명’으로 변경하고 의결정족수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으로 바꿔 여당 단독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공수처의 원형(原型)을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강화된 경찰을 기반으로 ‘중국식 공안통치 체제의 완성’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괴물 공수처의 대안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라는 공수처 원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대안은 있다. 법무부 소속 특별수사기구를 만들면 헌법과 정부 조직 원리에 위배되지 않고 검찰 권한의 분산이라는 검찰개혁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반부패수사청, 금융경제범죄수사청 등 분야별로 독립된 특별수사기구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특별수사기구는 검사의 지휘와 사법통제를 받도록 하면 권한 남용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존 로크는 “입법부의 활동이 그들에게 위임된 책임에 반하는 경우 입법권자를 변경하거나 그 권한을 박탈할 최고 권력은 여전히 국민에게 있다”고 했다. 국회의 입법권 행사도 합헌적 입법권 행사일 때만 유효하고 정당성을 갖는다. 공수처는 설치 근거 자체가 위헌인 반헌법적 수사기구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치에 기반해 견제·균형 시스템에 따라 권력을 억제하고 규제하는 복합적 제도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정치권력이 헌법적 견제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또 하나의 헌정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대검 검찰개혁위원


■ 세줄 요약

설치 정당성으로 본 공수처 :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는 검사의 권한 행사에 대한 통제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고 헌법상 근거도 없이 국회가 공수처장 임명에 관여하는 등 국가기관 조직 원리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위헌적 수사기구임.

거꾸로 간 검찰개혁 : 여당 구상대로 공수처가 출범하면 대통령 직속 사찰수사기구로 기능할 가능성이 큼. 또 언론 자유를 탄압하고, 사법부와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검찰에 살아 있는 권력 수사 사건 이첩을 요구한 뒤 뭉개도 통제 방법이 없음.

중국식 공안통치의 완성 : 민주당은 여야 합의에 의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무산되면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을 백지화하는 공수처 개정안을 밀어붙일 태세. 집권세력은 공수처를 통해 ‘중국식 공안통치 체제의 완성’을 노리는 것으로 보임.

■ 용어 설명

‘국가감찰위원회’는 중국 공산당이 반부패를 명분으로, 종엄치당(從嚴治黨)을 슬로건 삼아 헌법적 권위를 부여한 거대 사정기구. 이를 통해 ‘전체주의적 공안통치 체제’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음.

‘국민주권주의’란 국가의 모든 통치권력 행사가 국민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을 말함. 현행 헌법은 제1조 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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