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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10문10답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24일(火)
美·中, RCEP·CPTPP 더 복잡해진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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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中 주도로 세계 경제 30% 묶어… 韓 철강·車·가전 수출길 넓어져
CPTPP, 바이든 이후 ‘복귀’ 저울질… 일자리감소 등 美內 불만은 걸림돌

韓, RCEP로 日과 첫 FTA
‘개방도’ 일본이 2% 더 높아
구아바 등 10년후 관세철폐
“年 1.1% GDP 증대 효과”

시진핑 “CPTPP 가입추진” 표명
對中견제수단 무력화 시도 분석
TPP 美가 주도…복귀 명분 충분
美 재참여땐 韓엔 동반가입 기회


지난 15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서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은 세계 각국이 여전히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에서 국익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RCEP의 대항마이자, 대중 견제 경제 협력체로 인식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에도 일본과 호주 등 남은 국가들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출범시킨 기구다.

‘다자주의 회복’을 천명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CPTPP 가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의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상반된 관측도 있다. 자유무역이 미국에 대규모 무역적자를 안기고 다른 국가들에 일자리를 빼앗기게 만든 ‘기운 운동장’이었다는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자주의 자유무역을 망설이는 미국과 자유무역의 가치를 적극 설파하는 중국이 RCEP와 CPTPP를 둘러싸고 벌일 게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배경이다.


1.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을 포함해 15개국이 참여하는 RCEP는 지난 15일 최종 서명됨에 따라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출범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RCEP 15개국 인구는 전 세계의 29.9%인 22억6000만 명으로, 30%에 육박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6조3000억 달러, 무역 규모는 5조4000억 달러로 전 세계의 28.7%를 차지한다. 11개국이 참여한 CPTPP보다 규모가 크다. 우리나라는 RCEP 참여국 15개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와 이미 개별 FTA를 체결했다. 다만 기존에 이미 체결된 낮은 수준의 FTA를 이번 협정으로 한 단계 높였다. 만약 FTA와 RCEP가 양립해 품목이 중복될 경우, 우리 기업은 수출할 때 유리한 쪽의 관세율을 받아 수출하면 된다.


2. 자동차 등 산업별 영향

산업계는 RCEP 체결에 따른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우선, 아세안 국가들의 한국 제품 관세 철폐율이 현행 79.1∼89.4%에서 91.9∼94.5%까지 확대되면서 자동차 부품, 철강,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 섬유 업계와 의료 위생용품 등 ‘포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망품목도 수출길이 넓어질 전망이다. 예컨대, 인도네시아가 자동차 부품에 대해 최대 40%를 부과했던 관세를 없애면서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한·아세안 FTA 협정에 포함돼 있지 않던 온라인게임, 애니메이션, 영화제작·배급·상영이 추가 개방되며 아세안 시장에 한류 콘텐츠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첫 FTA를 맺은 효과가 있는 일본의 경우, 한·일 관세 철폐율이 각각 83%로 같다.


3. 한국 농산물 파장은

RCEP 최종 타결로 인해 국내 농산물 시장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RCEP 회원국들(일본 제외)은 대부분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이다. 이들에 대해 136개 품목이 추가로 개방된다. 다만 쌀·마늘 등 주요 작물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의 민감성을 반영해 이미 체결된 FTA 대비 추가 양허(개방)를 최소화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쌀·고추·마늘·양파 등과 바나나·파인애플처럼 수입액이 많은 민감품목은 이번 RCEP에서 제외했다. 추가 개방된 136개 품목도 관세철폐 기간을 확보했다. 현행 관세율이 30%인 구아바와 파파야·망고스틴은 10년 후 수입관세가 완전 철폐된다. 기존 FTA가 없어 신규 체결 효과가 있는 일본은 다른 FTA와 비교해 낮은 개방 수준으로 농산물시장 개방 협상을 마무리했다. 우리나라 수출 유망품목 중 소주·막걸리(일본), 사과·배(인도네시아), 딸기(태국) 등의 품목은 시장 접근성을 높였다.


4. 한국 경제 파급 효과

RCEP 발효 등 한·아세안 FTA가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11월 ‘RCEP 잠정 타결: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RCEP 발효 시 관세 감축 효과로 한국 경제는 최소 0.41%, 최대 0.62%의 성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도 2018년 9월 ‘RCEP가 한국 거시경제 안정성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를 통해 RCEP 참여가 미·중 무역 전쟁 같은 교역 환경 악화 상황에서도 한국의 거시경제 안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1.1%의 추가적인 GDP 증대 효과와 연평균 약 11억 달러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전체 산업에서 연평균 3.8%의 수출 증대 효과와 287억 달러의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있다고 봤다.


5. 韓, 日과 첫 FTA 효과

RCEP 체결로 한국은 일본과도 자동으로 FTA를 맺는 셈이 됐다. 한·일 양국 간 관세 철폐 수준을 보면 품목 수 기준으로는 83%로 같지만, 수입액 기준으로는 한국이 76%, 일본이 78%로 일본의 개방도가 소폭 더 높다. 공산품 철폐율도 일본이 94.1%로 한국(91.7%)보다 높다. 한국의 대일(對日) 무역적자 규모가 비교적 크고, 일본이 수출규제 조처를 하고 있으니 수입 측면에선 일본이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 측의 요구 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특히 민감 품목으로 분류되는 완성차, 기계 등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방 품목도 관세 철폐 기간을 10∼20년으로 길게 두거나 한동안 관세를 유지하다 감축하는 ‘비선형’ 방식 등의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6. 對中 적자 우려해 끝내 불참한 인도

협상 개시 단계에서부터 참여했지만, RCEP 체결로 매년 500억 달러 안팎의 만성적인 대(對)중국 무역 적자가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한 인도는 지난해 불참을 선언했다. 끝내 최종 협정문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인도는 중국뿐 아니라 아세안, 한국, 일본, 호주 등 RCEP 참가국 대부분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 중이다. 나머지 참여국으로서는 거대 시장과의 FTA 체결 기회를 잃은 만큼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KIEP 분석에 따르면 RCEP에 인도가 합류할 경우, 참가국 전체 GDP 규모는 25조 달러에서 27조5000억 달러로, 인구 규모는 23억 명에서 36억 명으로 늘어난다. 관세 감축률을 92%로 가정할 때 인도 불참 시 한국 경제는 0.51% 성장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인도 참여 시 그 효과가 0.62%까지 오른다.


7. RCEP는 중국의 외교적 승리?

중국은 지난 7년 동안 RCEP를 CPTPP의 대항마로 여기고 공을 들여왔다. 역내 경제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는 이득에 더해 미·중 갈등 고조 속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대신해 자유무역의 수호자 이미지를 심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RCEP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중국 견제를 위해 CPTPP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CPTPP 가입 의사를 밝힘으로써 대중 견제 수단으로서의 CPTPP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8. CPTPP와 TPP의 차이

TPP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주도한 다자 무역 체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추진됐으며 일본·호주·캐나다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과 우방국을 주축으로 하고 중국은 배제됐다. 지난 2015년 10월 TPP가 전격 타결된 후 각국이 국내 비준을 준비하던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이유로 TPP에서 탈퇴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12개국 중 전체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미국의 탈퇴로 경제권 규모와 참가국 인구가 대폭 축소됐고 TPP가 와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일본이 중심이 돼 대안인 CPTPP를 추진했다. CPTPP가 2018년 12월 발효되면서 인구 5억 명 이상, 전 세계 GDP의 12.9%, 교역규모 15.3%에 해당하는 자유무역 경제권이 출범했다.


9. 바이든은 CPTPP 재가입할까

바이든 당선인은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 시절 TPP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대선 때도 ‘다자주의’를 강조하면서 세계 각국을 향해 “미국이 돌아왔다”고 천명한 바이든 당선인의 행보에 미국의 CPTPP 재가입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당초 미국이 주도한 TPP였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 내 일자리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탈퇴를 선언했던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복귀 명분도 충분하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현재까지 CPTPP에 대한 재가입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사회 저변에 무역적자와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CPTPP 복귀를 선택하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10. 문 정부, CPTPP에도 가입할까

한국은 RCEP의 원년 멤버이지만 CPTPP에는 현재까지도 가입하지 않았다. 2008년 미국을 중심으로 교섭 협상이 진행되고 2015년 타결됐는데, 협상 진행 당시 우리 정부는 세계 여러 국가와 FTA를 체결한 만큼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참여 의향을 표시하지 않았다. 2013년쯤 뒤늦게 가입 의향을 타진했으나 이미 문은 닫혀 있었다. 2017년 미국이 탈퇴한 뒤 TPP가 CPTPP로 간판을 새로 달았을 때 가입 기회가 한 번 더 있었지만 그때도 한국은 가입에 나서지 않았다. 세 번째 기회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CPTPP에 가입한다면 동맹국인 한국도 자연스럽게 동반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필요하다면 (CPTPP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지금 결정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박민철·김영주·이정우·장서우·정유정·박수진 기자
e-mail 박민철 기자 / 국제부 / 차장 박민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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