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정치·경제 논리에 밀린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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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방역은 과학이어야 한다. 충분히 검증된 방법과 철저히 계산된 방식으로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완성은 백신과 치료제일 것이다. 다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만큼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다. 선진국의 백신 개발 성과가 하나둘씩 발표되면서 내년에는 접종이 가능해 보이는 만큼, 이번 겨울이 마지막 대유행 위기로 볼 수 있다. 즉, 바이러스 증식이 활발해지는 올겨울만 잘 넘기면 따뜻해지는 날씨의 영향에 치료제와 백신의 지원을 받으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의 코로나19 확산은 정부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데 따른 부작용으로 볼 여지가 크다. K-방역의 대외적 위상에 힘입어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퓰리즘의 연장 선상이다. 방역이 성공하면 경제는 자연스럽게 따를 수 있지만, 경제를 잡겠다고 거리두기를 완화한 게 패착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방역 위기는 물론 또다시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과학적 선택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정치·경제적 입김이 들어간 비과학적 방역이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10월 거리두기 1단계 완화다. 수도권발(發) 2차 유행이 완전히 통제되기 전에 정부는 2단계를 1단계로 완화했는데, 이러한 판단은 방역 기준이 아니라 국민적 피로감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고려했다고 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의 비율이 20%에 육박해 언제 어디서 누구든지 감염될 수 있었고, 전문가들도 반대했지만 이러한 객관적·과학적인 데이터는 뒷전으로 밀렸다. 당장 눈앞의 민심에 급급해 방역보다는 경제를 우선한 선택이다. 여행 등을 장려하는 소비쿠폰도 다시 풀었다. 공교롭게도 1단계 완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올랐다.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와 기준도 기존보다 완화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역시 자영업자의 피해가 크고 국민 피로감이 높기 때문임을 근거로 들었다. 당연히 새로운 2단계는 예전 2단계보다 느슨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정부가 유럽 등의 조치에 비해 국내 거리두기가 보수적이어서 개편했다고 하는데, 이는 더 이상 K-방역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K-방역을 자화자찬하던 정부가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유럽의 방역 모델을 답습한 셈이다. 물론 자영업자의 피해가 크고 국민 피로감이 높다. 다만, 확진자가 조금 줄었다고 방역을 느슨하게 하면, 더 큰 확산으로 이어져 국민 피로감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치와 경제를 살피며 아슬아슬하게 대응하는 방역은 제대로 결단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최초 중국의 눈치를 살펴 뒤늦은 우한(武漢)발 코로나19 입국금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종교시설에 대한 조치, 거리두기 격상 결정, 백신 선구매 등에서 정부는 매번 한 단계 늦은 결정을 내려 국민 불안감을 키웠다. 선제적 대응이 아닌 뒷북 대응은 원상태로 회복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과 국민적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치논리나 경제논리에 따른 방역을 자제하고, 과학적인 방역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