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설리번, 실무협상 기반·단계적 ‘이란式 북핵합의’ 추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바이든 외교안보라인 핵심들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 국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2016년 10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뉴시스). 아래 사진 왼쪽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기용된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 오른쪽은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된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전 국무부 아프리카담당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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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달리 북한은 核보유중
‘동결 딜’땐 핵무기 보유 고착
‘전체 핵미사일 프로그램 신고’
北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정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제이크 설리번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단계적인 핵 해법의 전형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북한에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던 인사들이어서 미·북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북핵 해법을 추진해왔던 한국 정부와 향후 대북 기조를 놓고 적지 않은 ‘엇박자’가 일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북핵 해법과 관련, 차기 정부 미국 외교 라인이 이란 핵합의와 같은 ‘동결 딜(Deal)’로 갈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가 고착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 동결의 전 단계인 ‘전체 핵미사일 프로그램 신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북핵협상은 이란 핵합의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고난도의 협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다.

우선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 9월 미국 CBS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 이란 핵합의를 언급하면서 “나는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핵 개발 초기 단계인 이란과 달리 자칭 ‘핵무력 완성’ 단계에 와 있다는 점에서 전제부터가 다르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모든 외교 자원을 집중해 도출해 낸 이란 핵합의는 핵 능력을 현재의 상태에서 일단 묶어 놓는 ‘동결 딜’이다. 한국 입장에선 미·북이 동결 딜을 할 경우 북한의 지속적인 핵 위협에 놓인다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동결 딜 자체를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다. 이란 핵합의는 첫 단계에서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도록 했다. 국제 사찰단 감시하에 농축 재처리 시설을 동결하고, 일부 핵탄두와 미사일을 폐기한 대가로 이란은 일부 제재를 해제 받았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 공개를 거부하고 영변 핵시설만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던 전례를 비춰보면 이란 핵합의가 북한에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톱다운 방식의 북핵 해법을 추구해왔던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 기존의 정책을 고수하면 대북 기조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날 가능성도 크다. 2017년 블링컨 지명자는 당시 출범 초기였던 문 정부의 대북 기조에 대해 “한국의 새로운 정부는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고, 이것이 미국의 외교를 더 어렵게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싱가포르 회담 전날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도 전에 평화조약부터 논의하려는 그들의 바람을 들어주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