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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25일(水)
누구나 언제 어디에나 있는 문제… ‘문제 있음’ 인식이 해결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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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김민식의 과학으로 본 마음 - (15) 문제적 인간

의연하게 마주해야 해결 실마리… ‘잘될 거야’ 긍정적 위안은 해결에 방해 요소로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아닌지 판단에 주의 집중해 문제 정확히 이해해야


문제없는 인간은 없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러하겠지만, 오늘도 크고 작은 문제들과 함께 살고 있고 대부분 그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건강이 안 좋거나, 재정적으로 어렵거나, 또는 인간관계가 힘든 개인적 문제부터 현재 지구촌 전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 전쟁과 기근, 기후 문제 등 우리는 수많은 문제에 포위돼 살고 있다.

‘문제(problem)’는 원하는 목표 상태에 도달하려는 데 어려움이 있을 때 발생한다. 즉, 현재 상태가 목표 상태로부터 떨어져 있고 목표 상태로 가는 과정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장애물을 넘어서 목표 상태로 가는 것을 문제 해결(problem solving) 과정이라 부르며, 인지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마음속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해왔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순히 기억하고 있는 것을 인출하거나 배운 기술을 그대로 사용해서 해답을 찾는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회사에 들어가서 이미 배운 지식이나 기술만을 이용해 일을 하는 사람에게 그 일은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해답을 즉각적으로 찾기 어려울 때 생긴다. 어느 교과서에도 없고 해결을 위한 정해진 방식도 없는 문제에 직면할 때 우리는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창의적 통찰 등을 총동원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 시대를 연 혁신의 아이콘, 고 스티브 잡스(Steve P Jobs, 1955∼2011)가 새로운 정보기술(IT) 제품을 개발할 때 대학의 전산과나 공대에서 배운 지식을 그대로 이용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실제로 그는 철학과 중퇴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배운 내용만으로 평생 먹고살 수 있다면 아마도 그 일은 전혀 도전적이지 않은, 문제없는 일일 것이며 경쟁하고 발전해야 하는 산업 생태계에 있는 회사라면 그런 일을 하는 사원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학교를 졸업하면 창업이든 취업이든 새로운 환경, 새로운 상황에서 끊임없이 배우면서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가령, 은행에서 비싼 돈을 들여 현금자동지급기를 설치했는데 고객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상품을 만들거나 홍보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비대면 교육이나 비대면 업무의 장기화가 향후 지구촌의 산업 및 교육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며 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교과서를 찾아봐도 해답이 나오질 않는다. 바로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래서 기업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 주로 무엇을 봐야 하는지 묻는 경우 나는 그 사람의 문제 해결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물론 인성도 중요하다!).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한 사람이 기업을 살릴 수 있고, 그 기업의 수십 년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디에나 있다. 다만 문제의식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문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것과 같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우리에게 주어질 수도 있고, 현재의 매출이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문제를 만들 수도 있으며, 지금은 보이지 않는 새로운 문제(예를 들어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나설 수도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 상태가 목표 상태로부터 떨어져 있고, 목표 상태로 가는 과정에서 장애물이 있는 경우 발생한다고 서두에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 떨어진 목표 상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목표 상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그 경로에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혹은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본인이 이미 생각해 놓은 장애물 제거 방법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 그 사람은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면 부동산 정책 담당자가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목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목표에 이르는 경로에 여러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혹은 설정된 해결책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모른다면 그 사람은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범 앞에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격이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닥쳐올 위험에 대비할 수도 없다. 마치 ‘개미와 베짱이’ 우화 속 베짱이의 모습이다.

문제 해결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주변에서 ‘나(우리)는 문제없어’를 외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것이 자신감의 표현이고 위안의 표현이라면 당장 과제를 수행할 때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불안감 해소를 위해 문제 자체를 외면하는 자신감이라면 위험하다. 전지전능한 신(神)이라면 모를까,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야말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개인이나 조직은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의 목표가 있기 마련이고, 따라서 현재 문제가 없다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서라도 끊임없이 해결하고 도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결코 나쁜 것도 아니고 불안해할 일도 아니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불행한 것이다.

문제는 누구에게나 있고, 또 있어야 정상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의연하게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안감은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주요 요소다.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막연하게 ‘나는 문제없어’와 ‘다 잘될 거야’를 되뇌는 것은 당장 위안을 줄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뉴욕대 심리학과의 가브리엘레 외팅겐(Gabriele Oettingen) 교수 등이 2016년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어른이든 아이든 미래에 대해 막연히 긍정적으로 상상하는 것은 당장 기분을 좋게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몇 달이 지나면 오히려 긍정적 상상을 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좀 더 우울한 증상을 보이는 등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막연한 긍정적 상상이 현재의 문제나 혹은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해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면, 그다음 단계는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논술 문제를 채점하거나 면접을 하다 보면 수험생들 중에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문제 역시 그 문제를 잘 정의하고 마음속에 제대로 된 문제의 표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교실에서 떠드는 아이에게 떠들 때마다 주의를 주고 꾸중을 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인지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다. 어떤 아이는 집에서나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교실에서 자신이 떠들거나 말썽을 일으킬 때 비록 꾸중이긴 하지만 주목받고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무관심보다는 더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런 아이에게는 오히려 떠들면 무시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마다 관심을 보이는 것이 문제 해결 방법일 수 있다.

고층 빌딩에 여러 엘리베이터가 있는데도 이용자들이 엘리베이터가 너무 늦게 온다고 불만을 나타낼 때,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정말 모자라거나 속도가 늦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러 사람과 기다리는 것이 지루해서인지. 문제를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비싼 비용을 지불해 고속 엘리베이터를 새로 설치할 수도 있고, 단순히 엘리베이터 주변에 거울을 설치해 기다리는 지루함을 없앨 수도 있다. 실제로 뉴욕 고층 빌딩들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고 엘리베이터 주변에 거울을 설치하자 불만이 사라졌다.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첫 단계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효과적으로 문제를 푸는 사람들은 어떤 정보가 중요하고 어떤 정보가 중요하지 않은지를 판단해 주의 자원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이때 어떤 문제가 본인이 싫어하거나 혹은 처음부터 거부감을 주는 분야(가령 수학 문제)라면 이런 정서나 선입견이 주의를 분산시켜서 문제를 이해하는 데 방해를 줄 수 있다. 심지어는 이런 부정적 정서나 생각을 억압하는 데 주의 자원을 낭비해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그것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 편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이미 많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핸디캡을 갖게 된다.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이 높은 국가일수록 남학생의 수학 점수가 여학생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는 고정관념이 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에 집중해야 할 주의 자원을 고정관념으로 인한 불안감이나 부정적 생각들이 훔쳐가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부정적 생각이나 불안을 극복해 중요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전략들을 찾아야 한다. 성공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이고, 어떤 오류를 피해야 할까?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다.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용어설명

주의(attention) : 우리의 뇌는 매 순간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를 모두 처리하기에는 용량에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입력되는 정보 중 일부 정보만을 선택해 더욱 분명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정보의 선택이나 마음의 집중 상태를 ‘주의’라고 한다. 시끄러운 곳에서도 대화를 이어나가거나 혹은 주변에 큰 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주의가 향하는 등 우리의 주의는 선택적이고 이동할 수 있으며 분할 가능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중요한 정보에 최적화된 경계와 선택, 그리고 주의 자원의 적절한 배치와 같은 주의의 기능들은 우리가 문제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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