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엄마의 밥처럼 사랑 듬뿍 친구랑 먹어 더 맛있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 동구 좌천생활문화센터 어울림카페에 문을 연 ‘동구어린이식당’에서 아이들이 준비된 도시락을 받아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어린이 식당’

재정비 통해 동구에 4곳 열어
한부모·저소득층 아동들에게
주1회 저녁 식사 무료로 제공
놀이 공간도 마련 유대감 높여

“일주일에 한번 외식하는 기분
숨통 트이고 아이들도 좋아해”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만 달러 선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만 달러는 선진국 대열 진입 기준으로 통용된다. 선진국, 하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밥을 굶는 아이들’이 있다.

입법조사처와 각 시·군·구의 자료에 따르면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은 전체 아동의 3.3%인 28만 명(2018년 기준)이다.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되지 못한 사각지대 빈곤 아동까지 포함하면 대략 67만 명으로 늘어난다. 이 아동들은 가난해서, 맞벌이 부부 자녀라서, 혹은 여러 이유로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고 있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은 편의점에서 과자나 빵을 사 먹거나, 집에서 혼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올해 학기 초엔 학교가 문을 닫아 아동들이 급식조차 먹을 수 없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은 결식아동을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어린이식당을 선보였다. 부산종합사회복지관 등 3곳에 어린이만을 위한 저녁 식당을 열고, 한부모·저소득 가정의 자녀, 소년 소녀 가장 등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공짜로 식사를 제공했다. 단순히 ‘밥’만 주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꼭 빈곤해서가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저녁 시간 어른의 돌봄을 받지 못해 혼자 저녁밥을 해결해야 하는 아동은 누구든 밥을 먹고 갈 수 있었다. 밥만 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 관계 형성도 지원했다.

어린이식당은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초 중단됐다가 지난 9월 다시 문을 열었다. 재정비를 통해 부산 동구에 4곳을 열었다. 동구노인복지관 분관 경로식당 ‘초량점’,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어린이식당 ‘수정점’, 범일침례교회 비전센터 ‘범일점’, 좌천생활문화센터 어울림카페 ‘좌천점’이 그곳이다. 주 1회 수요일 또는 목요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식당에는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왔을까.

매주 수요일마다 딸 2명을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어린이식당 ‘수정점’에 보내는 A 씨는 미혼모다. 친정어머니와 같이 살며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던 A 씨는 어머니의 수술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병간호와 육아,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A 씨는 늘 바빴다. 아이들의 끼니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날이 많았는데, 우연히 어린이식당을 알게 된 A 씨. 그는 “수요일만 돌아오길 바란다”면서 “엄마인 제가 해주지 못하는 특별식까지 식당에서 다양하게 해서 아이들에게 주는 걸 알고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동구노인복지관 분관 경로식당 ‘초량점’에 손자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할아버지 B 씨. B 씨는 손자를 식당 안으로 들여보내고 식당 밖 창을 통해 손자를 우두커니 지켜본다. B 씨의 아들은 이혼 후 아이를 데리고 그의 집에 들어왔다. 아들은 생업에 바빠 제 아이가 어찌 크는지 제대로 챙길 겨를이 없다. 아들이 데리고 온 손자를 도맡아 키우는 B 씨, 엄마이자 아빠 역할까지 하고 있다. B 씨는 “건강하게 커가는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나이가 있다 보니 힘에 부칠 때도 많다”며 “일주일에 한 번은 외식하는 기분으로 어린이식당에 오는데, 숨통이 트이는 것 같고 아이도 좋아해 감사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아동들이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하고 식사 후에는 재미난 놀거리를 제공하는 등 어린이식당 이용 아동에 대한 인식개선과 지역 돌봄 문화 확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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