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과세’된 종부세… 고가 아파트 기준 바꾸고 1주택 稅부담 줄여야

종부세 기준 11년째 그대로
강북서도 ‘1주택자의 분노’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호소하는 1주택자들의 분노가 서울 강남, 강북을 가리지 않고 폭발하고 있다. 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해 내년은 물론 이후에도 세 부담이 증가해 사실상의 ‘징벌적 과세’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유세 부담에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저울질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시장 왜곡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인터넷 카페에서는 “정부가 ‘종부세 낼래, 증여세 낼래, 양도세 낼래 혹은 서울 떠날래?’라고 질문을 한 것”이라며 세금 실정(失政)을 꼬집었다.

25일 정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의 종부세 대상자는 33만9000명이었지만 올해는 70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총 세액도 4년 전 1조7000억 원에서 올해는 4조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뿐만 아니라 강북지역으로도 종부세 대상자가 확대됐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이 뛴 데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집값 급등으로 올해 종부세를 내야 하는 서울 주택 수는 20만 가구에서 28만 가구로 늘었다. 25개 서울 자치구 중 19개 자치구가 종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르는 모양새다. 1년 만에 많게는 수 배가 오른 세금 고지서를 받아든 1주택자와 은퇴생활자들이 “정부 잘못으로 오른 집값에 대한 세금을 멀쩡한 1주택자에게서 걷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집값이 올랐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여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미실현 소득에 대해 벌금을 물린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미 청와대 게시판에는 종부세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민원들이 줄줄이 게재된 상태다. 1주택자들은 종부세 부과 기준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종부세 기준은 11년째 그대로다. 2009년 시행된 뒤 종부세를 내는 고가 주택 기준이 9억 원으로 유지되는 동안 서울의 주요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 2009년 5억203만 원(KB 기준)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달 기준으로 9억2093만 원까지 올랐다.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일부 다주택자 사이에서는 임대 월세를 올리거나 증여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당장 부담해야 할 종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한 전문가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기준을 변경하는 동시에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줄여줄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민·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