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종부세 폭탄 최종 피해자는 무주택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지난 24일 2019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대상자들에게 전달되면서 그 여파가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과 대상자가 지난해 약 50만 명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60만∼70만 명에 이르고, 종부세 부담의 증가율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종부세의 목표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사회 전체적인 자가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선한 의도이나 문제는 종부세가 시장의 실패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실패를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가구 1주택 소유주의’란 지극히 선해 보이는 목표로 달려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후반기 평가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의 2019년 주택 보유 통계는 문 정부 정책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기간인 2016년 말 대비 2019년 말의 전국 다주택가구 비율은 15.0%에서 15.6%로 오히려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해당 기간 일반 가구 수가 1937만 가구에서 2034만 가구로 5.0%로 늘었지만, 다주택가구는 그보다 더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1999년부터 활용이 가능한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해 보면, 이런 현상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고안해낸 노무현 정부 때도 발생했다. 다주택자 비율이 줄고 자가거주율이 증가한 시기는 김대중·박근혜 두 정부 때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두 시기의 공통점은 규제,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시기라는 점이다. 김 정부는 전반적으론 시장 친화적인 시각을 유지해 임대사업자 기준을 낮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완화했다. 박 정부 시기 역시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을 목표로 노 정부 시기에 도입된 종부세 부담을 줄이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와 민간 임대사업자로서의 긍정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시행했다.

두 유형의 정부에서 나타난 결과 차이의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노·문 정부에서는 부동산시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한정지었으나, 김·박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플러스섬 게임이 이끌어갔다는 점이다. 제로섬 게임은 다주택자들 때문에 무주택자들이 주택을 보유하지 못하니 다주택자들의 소유를 억제해 주택 소유를 재분배함으로써 가격도 안정시키고 자가율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그 반대로 가격도 급등하고 자가율도 떨어졌다. 부동산시장을 플러스섬 게임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계속 증가하는 주택 수요인 가구수 증가에 따라 가격 상승의 동력을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주택자들 이상으로 무주택자들의 주택 보유 기회와 욕구가 강해져 자가거주율이 향상된다.

다주택자를 줄이고 자가율을 높이려는 종부세 강화가 되레 다주택자 비중을 높이고 자가율을 떨어뜨렸다는 노 정부의 경험을 현 정부도 반복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주류 인사 모두가 지나온 실패를 인정하고 편협한 계몽적 시각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직접적으로는 종부세 부담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문제지만, 앞으로 닥칠 더 큰 문제는 종부세 강화의 최종적인 부담을 결국은 임차인이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정책적 의도가 선했다고 잘못된 결과를 모두 용서받지는 못한다. 그 부작용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다는 점은 심각한 비난을 피해 가지 못하고 결국 정치적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하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