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클래식>마에스트로 호칭 거부… 겸손·소통으로 ‘존중의 하모니’ 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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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혁명가’ 아바도

카라얀 이어 베를린 필 지휘봉
“이름으로 불러달라” 호칭 파괴
지시조차 없이 온화한 권유만
청소년 악단 등 소외층 지원도

‘카리스마의 마에스트로’. 이 막연한 단어는 학창 시절 음악실에 걸려 있던 미남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을 떠오르게 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터틀넥과 검정 턱시도의 강렬한 이미지는 독재자를 연상시킨다. 지휘자를 언급할 때 독재자 유형의 지휘자인 이탈리아 출신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리허설 내내 “노(No)! 노(No)!”를 연발하며 단원들을 닦달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휘자에게는 거장이라는 의미의 ‘마에스트로’란 호칭이 붙고 일방적인 소통과 독재자적 태도는 필수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앞에 언급한 카리스마의 카라얀이나 토스카니니 같은 독재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심지어 ‘마에스트로’라는 호칭마저 거부했던 지휘자가 있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의, 그것도 무려 ‘클래식 음악의 황제’ 카라얀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던 ‘조용한 혁명가’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다.

이탈리아 출신의 스타 지휘자 아바도가 1989년 카라얀의 후임으로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이자 지휘자로 취임했을 때 가장 먼저 바꾼 것이 있다. 바로 호칭이다. 자신을 ‘마에스트로’나 ‘아바도 선생님’ 대신 동등한 관계의 친구처럼 ‘클라우디오’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길 요구했다. 권위를 싫어했던 그의 태도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그는 연주장에 들어설 때조차 지휘봉을 휘두르며 위풍당당하게 입장하는 법이 없었다. 자칫 권력의 상징처럼 보일 수 있는 지휘봉이기에 늘 잘 보이지 않도록 겸손하게 숨겨 말아 쥐었다. 리허설에서는 토스카니니 같은 불호령은 물론이고 ‘좀 더 작게’ ‘좀 더 빨리’라는 일상적인 지시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파트의 소리를 들으라”는 온화한 권유만이 있었다고 한다.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자발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존중의 하모니, ‘듣는 하모니’ 가 그의 음악적 철학의 근본이었기 때문이다.

음악적 결정의 전권을 가진 음악감독인데도 단원들에게 레퍼토리의 구성이나 음악의 템포에 대해서도 늘 묻고 소통하며 귀담아들었다고 한다. 그는 음악이 세상을 평화롭게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유럽연합(EU) 청소년관현악단과 구스타프 말러 청소년관현악단을 창설했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로 유명한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청소년 오케스트라인 ‘엘 시스테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4년 1월 20일, 이 시대의 진정한 마에스트로였던 아바도는 81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6일 아바도를 추모하기 위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열렸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단원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찾아 앉았지만 끝내 포디엄에선 지휘자를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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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도 외엔 그 누구도 이 오케스트라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룰 수 없다는 의미였고 비록 그는 포디엄에 없지만 그의 유산인 ‘존중의 하모니’,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하모니는 늘 함께할 것이라는 최고의 예우이자 감사의 인사였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교향곡 중 가장 많이 알려진 불후의 명작이다.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가 죽기 6년 전인 1822년에 작곡된 미완성 작품이다. 1·2악장과 3악장 스케르초의 9마디까지만 작곡돼 남아 있다. 특히 완성된 2악장은 주옥과 같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된다. 전체 4악장을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추측되는데 왜 완성되지 못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런데도 세계 3대 교향곡이라 꼽힐 만큼 작품의 아름다움이나 예술성의 완성도에서는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1865년 12월 요한 헤르베크에 의해 빈에서 초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