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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27일(金)
“프랑스가 대항하는 건 무슬림 아닌 맹신·테러·극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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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주한 프랑스대사관 관저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하면서 국립행정대학원(ENA)에 입학해 ‘페르낭 브로델’이라는 기수명을 짓던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 짓고 있다. 김호웅 기자
■ 필립 르포르 주한 佛 대사

교사로 이탈리아 피렌체 연수
총영사관에 매료… 전직 결심
늦깎이 대학원생돼 외교관으로

“틈날때 韓소설 읽고 문화 이해
포괄적 동반자관계 강화 목표

原電, 탄소 중립 달성위해 필수
佛, 전기료 절감위해 원전 확대”


“제가 요즘 아주 멋진 한국 소설을 하나 읽고 있어요. 빅토르 콜란드 플랑시 초대 프랑스공사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데요. 그 제목이….”

지난 17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주한 프랑스대사관 관저에서 만난 필립 르포르 대사는 한국 문화에 대한 감흥을 설명하다가 신경숙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 ‘리진’을 떠올리면서 말이 빨라졌다. 한국 땅에 온 첫 프랑스 공사의 사랑 이야기가 그의 마음을 흔든듯 했다. 그러고 보니 구한말 시대 상황에서도 진취적 여성으로 성장한 리진과 대사가 좋아한다는 기 드 모파상, 귀스타프 플로베르의 소설 속 여성 캐릭터들이 어딘지 닮아 보였다. 그는 “틈나는 대로 한국 소설을 읽고 있고, 한국문화를 이해해가고 있다”면서 “다만 번역이 많이 돼 있지 않아 접근이 쉽지는 않다”고 아쉬워했다. 부임 2년 차인 르포르 대사는 역대 대사 중 가장 열정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고 있다. 기자간담회도 수차례 여는 등 적극적으로 ‘프랑스 알리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던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가 무슬림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당했던, 최근 프랑스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사건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교사 출신인 르포르 대사에게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았다.

“우리는 모두 한때 학생이었고, 선생님들에게 은혜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을 규탄하는 프랑스 국민의 반응을 보면서 교직에 있었다는 데 자긍심이 들었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선입견과 폭력을 물리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프랑스가 배격하고 대항하는 것은 무슬림 그 자체가 아니라 절대적 맹신, 테러, 그리고 극단주의입니다. 우리는 증오를 선동하는 이들이 만든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교사였던 르포르 대사는 왜 갑자기 외교관이 됐을까. “그냥 외국에서 살고 싶었다”는 평범한 답이 나왔다. 하지만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쥘 베른의 작품을 접하면서, 외국에서의 삶을 동경했어요. 교사를 하면서 이탈리아 피렌체에 연수를 갈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총영사관을 방문하고 굉장히 매료됐죠”라고 했다. 그때 외교관이 되겠다고 생각했고, 엘리트 양성기관인 국립행정대학원(ENA)에 다시 들어갔다. 그 이후 교사에서 외교관으로 전직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말 제가 멋진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을 갈 수 있었고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모습이라든지 소련의 붕괴 이런 것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만났고, 둘 다 외교관 부부로 여기 대사관에서 함께 일합니다. 저는 업무시간에 상급자로서 아내에게 ‘명령’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업무시간이 끝나면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죠. 다만 아이들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3∼4년마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걸 힘들어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잔인한 일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저는 지금까지 계속 노매드(유목민)로 살고 있는데 아이들은 프랑스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막내만 한국에 함께 있어요.”

1985년 르포르 대사가 입학한 ENA 학번의 기수명은 ‘페르낭 브로델’. 2년 반 과정의 ENA는 해당 기수가 이름을 직접 짓는데, 바로 프랑스 유명 역사학자이자 교육자인 ‘페르낭 브로델’이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다 뭔가 떠오른 듯 크게 웃기 시작했다.

“ENA의 첫 시작은 스키장에서 이뤄집니다. 마치 한국의 새내기 새로배움터(MT) 같다고 해야 할까요? 거기서 기수 이름이 정해집니다. ENA 입학은 철없는 시절을 끝내고 ‘국가와 결혼’을 하는, 진지한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결혼 전 마지막 파티를 하는 기분이랄까요. 그러다 보니 거기서 ‘굉장한 이름’들이 막 나옵니다. 우리 때 브로델 말고 어떤 게 나왔었냐고요? 그건 감히 말 못해요. 그러면 나는 뭘 추천했냐고요? 당연히 ‘페르낭 브로델’을 선택했죠. 브로델이 당시 우리가 MT를 하기 한 달 전에 타계했고, 우리 기수의 많은 친구가 영향을 받았죠. 그는 우리가 여기 왜 와 있고 어떤 영향을 받고 살아가느냐, 국가는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명쾌하게 한 사람이에요. 역사의 흐름을 중심으로 세계를 본다는 점에서 브로델은 ‘총·균·쇠’를 지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서술방식과도 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교관이 된 후 르포르 대사는 주로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적인 강대국이자 프랑스의 주요 외교 대상국에서 근무했다. 그는 각 국가의 특색을 설명하면서 그 경험이 자신에게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한국·프랑스 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르포르 대사는 “소련 시절과 러시아 시절 두 번에 걸쳐 모스크바에서 근무했다”면서 “소련이 붕괴되고 미하일 고르바초프(공산당 서기장)가 등장했다가 다시 러시아가 세계 강대국으로 재등장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고, 대단히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미국에 대해선 “과거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을 ‘영국과 프랑스의 딸’이라고 표현했는데, 미국이 마주했던 수많은 사회경제적 문제가 어떻게 보면 유럽이 18세기에 당면했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 일본에 대해선 “한국과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백제와 일본의 연관성이 역사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 르포르 대사는 한국에 대해서는 높은 발전 가능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인 대처 등을 주목했다. 또 기후변화와 에너지, 디지털 변환, 5세대(G)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초산업 분야에서 프랑스와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한국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전 세계의 많은 국가에 모범적인 본보기입니다. 최근 코로나19에 대응한 방역 성과도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한국에 부임한 뒤 세운 가장 큰 목표는 ‘21세기를 위해 프랑스·한국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뉴딜과 프랑스의 경제복구 계획은 명백한 상호 시너지효과가 있고,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잠재성이 큽니다. 또 양국 모두 국제질서에서 다자주의의 틀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각국이 에너지 믹스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정해야 할 겁니다. 프랑스의 경우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수준의 전기비용을 보장하기 위해선 핵발전이 꼭 필요합니다. 물론 원전 시설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반드시 동반돼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서서히 탈원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현재 건설 중인 4기의 원자로가 60년 후 사용기한에 도달했을 때부터 (탈원전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최근 프랑스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악감정으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이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데 사과의 메시지를 꼭 전해야겠다고 언급했다. 르포르 대사는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는 프랑스의 공식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가해자들 개인의 일탈”이라면서 “이런 태도를 프랑스는 절대 용납하지 않고 있는 만큼 피해를 당했다면 경찰에 꼭 신고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준우 기자·정리 = 장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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