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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신우 논설고문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27일(金)
文정권 프레임 전술 언제까지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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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재난지원금과 가덕도신공항
집권 세력의 판세 뒤집기 전략
韓日 불화수소 논란에도 적용

反日선동으로 주제 덮었지만
갑자기 태도 바꿔 對日 러브콜
과연 양국 友好 의지 때문일까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남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아무리 판세가 불리해도 180도 뒤집어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재주다. 지난 4월 총선 때는 코로나 위기와 정권 심판론을 가구당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로 덮어버렸다. 오거돈 전 부산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태로 내년 4월의 보궐선거가 위태로웠으나 가덕도신공항 카드를 내걸면서 지역 여론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런 장기가 극적으로 발휘된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불화수소(에칭가스) 등의 전략물자에 대해 일본 정부가 수출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통보했을 때였다. 문재인 정부의 수상한 전략물자 관리 때문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집권 자민당은 해당 품목들이 한국으로 수출된 후 행방이 묘연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측은 “화학물질 관리를 둘러싼 양국 간 대화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안보상 위험한 소재를 수출하는데 점검은 당연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생화학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불화수소 등이 만에 하나 북한 등 적성국으로 재수출됐다면 한국은 양국 관계만이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을 수 있는 위중한 사태였다.

하지만 역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었다. 이들은 일본의 조치가 일제강점기 징용공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데 대한 일본 측 정치 보복이라고 뒤집어씌우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대대적인 반일 선전·선동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가해자 일본에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항일의병을 기리는 ‘죽창가’를 외쳤다. 심지어 거북선에 오르는 쇼도 벌였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 운운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은 곧 일본 상품 불매 캠페인으로 번졌고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는 남사스러운 플래카드가 거리를 장식했다. 민주당에서는 “일본 정부의 행태는 과거 임진왜란과 일제 침략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추임새도 놓았다.

이런 할리우드 액션은 일본 정부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절묘한 카드로 작용했다. 대신 징용공 배상 문제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보복 조치라는 반일 선동 프레임만 전면에 부각돼 버렸다. 그 후 한국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불화수소의 행방을 묻지 않았다. 외교 내지 안보와 역사 문제를 혼동한 아베 총리의 외교적 실책이었다. 하지만 징용공 문제의 배상 판결과 함께 일본 측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 등에 대한 자산 매각명령이 현실화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점차 입장이 난처해지기 시작한다. 국제 중재나 재판도 쉽지 않은 마당에, 배상 집행이 행해질 경우 “한·일 관계는 끝장”이라는 일본 측의 강경한 태도가 문 정부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 한국 정부가 수면 아래로 “기업이 배상에 응하면 나중에 한국 정부가 전액 보전한다”고 일본 정부에 타진했으나 일본이 거부했다는 언론 보도는 정부의 가슴앓이를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도쿄올림픽을 이용해 보자는 아이디어까지 떠오른 모양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목을 매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정상회담 쇼를 위한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래선지 요즘엔 갑작스레 일본 지도층에 윙크를 보내기 바쁘다. 최근 아세안 + 3 화상 정상회의에서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향해 “특히 반갑습니다”라는 멘트까지 날렸다. 도쿄올림픽 흥행을 위해 북한 카드를 이용하라는 암시, 또는 자신이 나서서 그렇게 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친 것이다.

과연 문 대통령이 일본에 보내는 러브콜은 진정으로 관계 개선을 바라서일까. 평소 ‘토착 왜구’ 몰이에 나서던 당사자가 중국 전통극 ‘변검’에서처럼 순식간에 표정을 바꿔 우호·친선을 구걸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은 아닐까. 선거를 위해서는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일본이 눈치채지 못하리라 믿는 것일까. 오히려 이런 행동이야말로 자신의 품성을 드러낼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원칙과 신뢰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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