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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29일(日)
‘연애작업’ 낚여 용주골 팔려간 지적장애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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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폭들, 포주로부터 수백만원씩 대가 챙겨…피해 여성 10여명 추정
교제 후 “돈 벌게 해주겠다” 속여 넘기는 ‘연애 작업’으로 유인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경기 파주 용주골에 지적장애 여성들이 조직폭력배에 의해 불법으로 공급돼온 사실이 드러났다.

전남지역에서 살고 있던 피해 여성들은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수백㎞ 거리의 파주 용주골로 팔려가 성매매 피해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 전남서 파주로 넘겨진 여성들…‘선불금’ 떠안고 성매매에 시달려

29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일당이 지적장애 여성들을 유인해 파주 용주골에 돈을 받고 넘긴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기관에서 확보한 지적장애가 있거나 지적장애로 의심되는 피해 여성은 3명이며, 이들은 지난해 4·6·7월 세 차례에 걸쳐 용주골의 성매매업소로 넘겨졌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올해초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해 1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피의자들은 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의 ‘보스’ 격인 A씨의 지시를 받고, 전남지역에서 노래방 도우미 등으로 일하던 여성들을 꾀어 “돈을 잘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용주골로 데려갔다.

보통 남성 3명이 전남지역에서 피해자를 렌터카에 태운 뒤 약 400㎞가 떨어진 파주 용주골로 가 포주에게 넘겼다.

이 대가로 피의자들은 소개비로 건당 수백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들은 소개비 외에 경비 명목으로도 한 사람당 50만원씩을 챙겼다.

정작 업소에 넘겨진 피해 여성들은 이른바 ‘선불금’을 떠안은 채로 성매매에 시달려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수사기관에서 검거한 피의자 최소 10여명이 성매매 유인 등의 혐의로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는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21세기형 인신매매’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형법 제288조(추행 등 목적 약취, 유인 등)의 2항 등이 적용됐다.

288조의 2항은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검거·송치 인원 등은 수사기관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본청(경찰청)에서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이 있었다”면서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용주골 간다” 얘기 안 해

피의자들은 성매매 업소에 여성들을 넘기기 위해 ‘연애 작업’이라는 수법을 썼다.

업소에 넘길 여성과 먼저 교제를 해 자신을 믿게 만든 뒤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말을 해 여성들이 따라가게끔 만드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자신의 남자친구라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 넘어가 ‘집창촌’으로 가게 됐다.

1960년대 미군 기지촌에서 출발한 파주 용주골은 한때 ‘한국의 텍사스’라는 오명으로 불린, 국내 최대 성매매업소 집결지 중 하나였다.

2005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후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나, 재개발을 앞둔 현재까지도 정부와 수사기관의 방치 하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파주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용주골에서 영업 중인 성매매업소는 80∼90곳, 성매매 종사자는 230∼240명이다. 최근에는 규모가 10∼20%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피의자들은 피해자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속이면서도 가는 곳이 ‘용주골’이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이 사건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공범은 “용주골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해서 (피해자들에게) 말을 안 했다”고 인정했다.

공판에서 검사는 “용주골은 갇혀서 성매매하는 곳 아니냐”면서 “갇혀서 나오지를 못해서 도망 나온 사람도 있고, 거기서 성매매를 해서 돈을 번 사람은 없고 빚을 져서 나오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공범은 “그 당시에 (피해자가) 지적장애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면서 “(피해자가) 가기 싫다고 하면 안 가도 되는 상황이었다”며 항변했다.

◇ 여전히 제도 바깥에 방치된 피해 여성들

용주골 성매매업소에서 넘겨진 지적장애 여성 또는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확보된 피해자 3명을 포함해 총 10여명 정도가 업소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성매매 유인’을 당해 넘겨진 것인지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데, 피해 여성 대부분이 수사 과정 자체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의자들이 낯선 인물이 아닌 자신의 남자친구 또는 지인들이다 보니 더욱 수사 및 재판 등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다.

또 이들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결국 다른 성매매 업소에 가서 종사하는 등 피해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용주골 사건’의 피해자들을 전담 지원하는 인권단체도 없어,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지원에 나서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피해자들은 원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인 최정규 변호사는 “가해자 처벌에도 관심을 못 두고 지원도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상황에 마음이 무겁다”며 “왜 지적장애 여성들이 제도 바깥에 방치되고 있는지, 그런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사회가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염전 노예 사건 때도 학대 현장에서 분리된 장애인 중 일부가 다시 염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었다”면서 “오히려 학대 현장이 차별이라는 외부의 폭력적 시선이 닿지 않았던 유일한 곳은 아니었을까”하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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