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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30일(月)
대선 앞 ‘깜짝 주자’… 이력은 화려했으나 전투력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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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반기문·안철수, 기성정치 반감으로 ‘새바람’ 일으켰지만 제3세력·정치 내공 등 한계… 대선 레이스 ‘중도 하차’
‘윤석열 대망론’ 달아오르지만 정치권 내 세력 확장 등 과제 산적… 권력에 맞서 ‘국민적 호응’ 모으면 가능성도


윤석열 검찰총장은 ‘메시아’일까, 아니면 그저 ‘신기루’일까.

최근 윤 총장이 강력한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일명 ‘윤석열 대망론’이 정치권을 휘젓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라는 투톱을 보유한 범진보·여권과 달리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했던 범보수·야권에선 윤 총장이 주요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오르자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혜성같이 나타나 정치적 도탄과 실의에 빠진 대중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이른바 ‘메시아 현상’이다.

하지만 윤 총장의 바람이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과거에도 대선을 앞두고 메시아처럼 등장했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인사가 많았다. 결단력과 경험의 부족, 기존 정치권의 높은 벽, 후보 개인의 미숙함 등이 빚은 결과였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 체제가 고착된 한국 정치에서 제3세력은 늘 한계에 부딪혔다. 정치권에선 앞서 많은 기대를 안고 바람을 일으켰던 인물들이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를 분석하고 윤 총장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ㅁ‘행정의 달인’ 고건, 정치력 한계 느끼며 포기 = 고건 전 국무총리는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다. 2006년 중반까지 3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자랑하며 가장 강력한 집권 여당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국무총리를 두 번이나 지냈고 장관 자리에도 세 번이나 올랐다. 전남지사와 서울시장까지 경험하며 전형적인 행정관료의 길을 걸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권한대행으로서 안정적인 국정 수행 능력을 보여줬다. 여권에선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고 전 총리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2007년 1월 16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며 여권 지지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불출마 선언문에서 “1년 가까이 나름대로 상생의 정치를 찾아 진력해왔으나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 부족함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해 12월 출간한 회고록에선 “민주당계 정당 후보는 영남에서 어느 정도 지지를 받아야 당선될 수 있다”며 “그런데 호남 출신이라 그런지 여론조사 상 영남에서 지지율이 별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고 전 총리는 서울 태생이지만, 본적은 전북 군산이다.

정치권에선 고 전 총리의 실패는 결국 행정가 출신의 한계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원로 인사는 “권력의 속성을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직접 싸워서 권력을 쟁취하고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스타일은 결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ㅁ‘지구력 부재’ 반기문, 검증 공세 못 버티고 포기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무너져 가는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크게 주목받았다. 고 전 총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반 전 총장도 정치권 경험이 없는 관료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고 전 총리 사례와 달리 반 전 총장은 구체적으로 세를 모으며 본격적인 출마를 준비했다. 기존 정치권에 반감을 느꼈던 국민의 여론이 상대적으로 신선한 반 전 총장에게 쏠렸고, ‘충청권 인물론’과 중도 보수의 지지 속에 대망론으로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은 한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1월 귀국한 반 전 총장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보이자 검증 과정에서 모호한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반 전 총장은 검증 공세를 버티지 못해 귀국 3주 만인 2월 1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 교체 명분은 실종됐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을 추종하던 세력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정통 관료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ㅁ‘현실 정치’ 몰랐던 안철수, 불쏘시개만 되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1년 국민적 바람을 타고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그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며 주춤하는 듯했지만, 곧이어 치러진 대선 여론조사에서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누르며 그야말로 ‘신드롬’으로 부상했다. ‘안철수 현상’ ‘안철수 돌풍’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12년, 안 대표는 대통령 선거에 전격 도전한다. ‘중도 주자’로서 상당한 세력화도 이뤄졌다. 하지만 ‘범야권 단일화’ 압박에 부딪히며 결국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또다시 양보하며 쓰디쓴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후 2014년 민주당과 손잡고 ‘제3 지대 신당’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안 대표는 그해 재·보궐선거 참패, 친문(친문재인) 세력과의 갈등 등으로 탈당을 결정했다. 제2의 신드롬은 곧이어 창당한 국민의당과 함께 시작됐다. 20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 28개 중 23개를 확보하는 등 총 38석의 의석을 얻어낸 것이다. 양당 구도를 깬 ‘캐스팅보트’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17년 대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줄줄이 낙선한 뒤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야만 했다. 2020년 재창당한 국민의당은 이제 ‘3석짜리’ 정당이다. 안 대표는 ‘혁신’을 내걸고 또다시 실험을 시작했다. 과거 “정치를 너무 몰랐었다”고 자평한 그가 꺼내 든 것은 ‘야권 혁신 플랫폼’.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의 정책 연대 등으로, 현재의 거여(巨與) 구도를 극복해보겠다는 구상이다.

ㅁ“정치력·맷집·세력·자금력 등으로 기성 정치의 높은 벽을 넘어야”=전문가들은 ‘메시아 현상’이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으로 해석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는 “대통령제에 기반을 둔 정당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해 불만이 커질 때 정당 밖에서 기성화되지 않은 신선한 후보를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망론에 힘입어 정치권에 뛰어든 인물들 상당수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곤 한다. 그만큼 기성 정치의 벽이 높기 때문으로, 이를 넘을 만한 정치력 등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 밖에서 유입된 인물들은 이른바 ‘맷집’이 약한 경우가 많았고, 자신을 뒷받침할 정당 등 ‘둥지’에서 세를 부풀리지 못하면 흔들리기 십상”이라며 “본인만의 정치적 기술이나 자금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존 정치세력의 견제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과거 사례를 보면 여권의 후보가 마땅치 않아 궁여지책으로 호출되는 경우 뿌리가 없는 만큼 안착하기가 쉽지 않다”며 “살아있는 권력과 충돌하며 국민적인 호응을 끌어모으면 정치적 파괴력이 있는 만큼 정치인으로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김현아·윤명진 기자
e-mail 김현아 기자 / 정치부  김현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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