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떨어져 중간자적 입장
진중권 “탁현민 화장에 가렸던
文대통령의 민낯 드러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을 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또다시 ‘착한 대통령 콤플렉스’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국 쟁점이 발생할 경우, 한 발 물러서서 유체이탈식 화법 내지 무책임한 중간자적 발언을 해 온 행태가 재연됐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동반 사퇴’를 건의해 악역을 자처하며 대통령의 부담을 덜고 착한 이미지를 살려주고 있다.

1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정 총리는 전날 주례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 배제하고 징계를 추진하면서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정 총리가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침묵을 유지해 왔고,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만 거론했다.

문 대통령이 현안에 거리를 두는 건 이번만이 아니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인해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양분돼 대형 집회가 열렸을 때도 “국론 분열이 아니다”라고 말해 유체이탈식 화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소장은 2017년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에서 “‘문 후보’가 좀처럼 날 선 투쟁 용어를 꺼내지 않는 이유도, 화합을 강조하는 이유도 ‘착한 아이 콤플렉스’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까지는 굿 캅, 배드 캅 역할을 분담해서 착한 척 해왔지만, 이제 가면을 벗고 진짜 얼굴을 드러낼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윤 총장)를 해임하면서 악어의 눈물을 연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전날엔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의 화장에 감추어져 있던 그(문 대통령)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