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개발 전쟁 이어… 이젠 ‘접종 경쟁’

英, 백신 4000만회 분량 확보
며칠내 16세 이상 대상 접종

美, 화이자 허가 권고나면 공급
15일부터 1차 출하분 받기로

올림픽 앞둔 日도 개발사 접촉

영국이 면역 효과가 정식으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한 가운데 세계 각국이 백신 개발 전쟁에 이은 ‘접종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임상 완료 전 백신에 국가 승인을 내주면서 안전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러시아는 대규모 접종 시점을 앞당겼고, 유럽에서 피해 속도가 가장 빨랐던 이탈리아와 내년 도쿄(東京)올림픽이라는 대규모 이벤트를 앞둔 일본도 잰걸음에 나섰다.

2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4000만 회 분량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확보한 영국 정부는 며칠 이내로 16세 이상 국민 대상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다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 백신은 영하 70도의 환경에서 보관돼야 하고, 1인당 2주 간격으로 2회 맞아야 하므로 모든 취약계층이 접종받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정부는 오는 10일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 회의에서 화이자 백신 허가 권고가 나는 대로 즉시 공급하기 위해 오는 15일 1차 출하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신의 안전성이 입증되면 공개적으로 접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워프 스피드’ 프로그램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이달 중순 접종을 시작해 내년 2월 중순까지 1억 명에 접종할 것”이라고 알렸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기점으로 확산세가 심각한 미국에선 “내년 2월 전 약 45만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할 것”(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감염 의심자·접촉자에 적용했던 14일 자가격리 기간을 7~10일로 단축하려는 움직임도 관찰된다.

자체 개발 백신 ‘스푸트니크V’의 3상 임상을 진행 중인 러시아는 영국에 뒤질세라 일반인 대상 대규모 접종 계획을 내년 1월에서 다음 주로 한 달가량 앞당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스푸트니크V가 “세계 최초로 승인된 백신”임을 강조하며 접종 개시를 독촉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 백신 구매 프로그램을 통해 총 2억2000만 회 분량의 백신을 확보해 둔 이탈리아도 내년 1월 중 고령층·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시작할 전망이다. 또 NHK에 따르면 화이자 일본 법인이 “내년 상반기 중 일본 내 공급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백신의 일본 내 승인을 위해 해외 개발사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알렸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