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로스트로포비치
21세에 음대 교수 임명된 천재
쫓기던 솔제니친에게 은신처 제공
프라하의 봄 시위때 연주중 눈물
카라얀 등과 협연…장한나 발굴
1989년 11월 9일. 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마침내 무너졌다. 그로부터 이틀 뒤, 동독과 서독을 가로막았던 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 앞에 금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가 나타났다. 프랑스 파리 자신의 아파트에서 이 기쁜 소식을 들은 거장은 곧장 비행기를 수소문해 베를린으로 향한 것이었다. 그는 낙서 가득한 장벽 앞에서 검문소의 경비병이 사용하던 허름한 의자에 앉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했다. 삼삼오오 몰려든 시민들은 쪼그려 앉아 바흐의 곡에 귀를 기울였고 어떤 이는 피우던 담배를 끄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연주에 젖어들었다.
자유와 정의를 향한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리고 그는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소련의 인권 탄압을 고발하는 글을 써 정부에 쫓길 당시 그는 은신처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를 옹호하는 편지를 써 신문사에 돌리는 위험을 마다치 않았다.
1968년 BBC 프롬스에서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작품을 연주했다. 연주가 열렸던 날 체코 프라하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고 소련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탱크를 앞세운 소련군을 투입했다. ‘프라하의 봄’이라 명명된 시위. 이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체코에서 대참사가 일어난 당일 로스트로포비치는 체코의 작곡가인 드보르자크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고 이 참사를 전해 들은 그는 2악장을 연주하는 도중 눈물을 터뜨렸다. 연주를 마친 뒤 악보를 높이 치켜들어 드보르자크에게 또 체코 국민에게 경의를 표하며 체코의 자유를 향한 염원에 동참의 뜻을 내비쳤다.
1927년 구소련의 아제르바이잔에서 태어난 로스트로포비치는 16세에 모스크바로 이주해 그곳 콘서바토리에서 첼로와 피아노, 작곡과 지휘를 공부했다. 천부적인 실력으로 21세에 졸업과 동시에 모스크바 콘서바토리의 교수가 됐고 불과 23세의 젊은 나이에 소련 최고의 영예인 스탈린상을 받았다. 소련 최고의 아티스트로 급부상한 천재 첼리스트에게 매료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등 거장들은 앞다퉈 그에게 첼로 작품을 작곡해 헌정했고 이후 그는 소련의 문화 사절로 서방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그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같은 지휘자들과 협연하고 당대의 거장들과 함께 작업하며 전 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갔다. 첼로 독주는 로스트로포비치에 의해 예술적,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다양한 독주 레퍼토리까지 갖추게 됐다. 그는 교향곡이나 오페라, 콘서트 등 기악과 성악 모두를 아우르는 지휘자로도 활약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콩쿠르를 열어 젊은 인재를 발굴해내는 데도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낳은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도 로스트로포비치가 발굴하고 길러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은 첼로 작품 중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위대한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마저 “누군가가 이와 같은 첼로협주곡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벌써 오래전에 이런 작품을 썼을 것이다”라며 감탄했을 정도다. 드보르자크가 미국에 머물며 아메리카 대륙의 자연에서 받은 웅장한 느낌과 함께 조국 체코를 향한 그리움을 담아낸 곡이다. 선율과 화성에 있어 흑인 영가(아메리카 흑인의 그리스도교 음악)와 보헤미아 민속 음악의 토속적인 정취가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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