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흥미롭지만 불편한 ‘돈자랑’

‘돈자랑’이 난데없이 방송가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각각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30억 원 규모의 건물을 보유한 남성이 출연한 직후죠. 코로나19로 인해 실물 경제는 박살 나고 있는데, 자산을 불리기 위해 남녀노소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이들의 출연은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투자 전문가’로 소개된 강 회장은 대한민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기 종잣돈 3400만 원을 150억 원대로 불린 과정을 상세히 말해줬습니다. 특히 “출발지는 소비이기 때문에 지갑만 관찰하면 오류 없이 맞힌다”는 그의 투자 비법은 매우 솔깃했죠. 이날 방송 분량의 전국 시청률은 4.9%(닐슨코리아 기준)로 역대 최고치였는데요. 요즘 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남다르다는 방증이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한 남성은 월세 수입만 1100만 원에 이르지만 100% 빚을 내서 건물을 매입했기 때문에 대출 이자 등을 내면 “남는 게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는데요. 그러면서도 이 건물을 사겠다며 엄청난 매입가를 제안받은 사실을 털어놨죠. 이에 MC들은 “자랑하러 나왔느냐”고 되물었는데요. 이 허탈감은 두 사람만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부적절한 섭외였다고 질타했죠.

‘재미’만 따지자면, 성공적인 섭외였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되는 것 또한 관심이니까요. 하지만 그동안 숨은 인재나 고민 등을 발굴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던 프로그램임을 고려했을 때,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IMF 시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대한민국이 망하는 데 베팅해 큰돈을 번 이들이 “대한민국 망했어, 우리 부자야!”라고 좋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주인공은 그의 뺨을 때리며 “내 앞에서 돈 벌었다고 좋아하지 마”라고 일갈하는데요. 그 성공이 누군가의 한숨과 무덤 위에 일군 전리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이 부(富)를 동경합니다. 그러니 부를 자랑하지, 가난을 자랑하진 않죠. 물론 정당하게 축적한 부를 폄훼해선 안 됩니다. 다만, 돈자랑을 늘어놓을 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고 불로소득이 아닌지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도를 떠나, 그들의 돈자랑을 TV를 통해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불편함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