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역사… 그 위대한 순간들>최경주, 2007년 최다 타수 역전승 거두고 전설의 축하 받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경주(오른쪽)가 지난 2007년 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 우승을 확정한 뒤 대회 주최자인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최종일 무려 7언더 몰아치고
클럽하우스 챔피언으로 확정
호스트 니클라우스 ‘엄지 척’
얼마후 AT&T 초대 챔프 등극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한 한국 국적 1호 선수다. 지난 1999년 11월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한 후 2000년부터 풀 시드를 받아 지금까지 21년 동안 한 번도 시드를 잃지 않았다. 루키 시즌 부진으로 두 번째 퀄리파잉스쿨에 갔지만, 2부 투어로 내려간 적은 없다.

그런 최경주가 2007년 골프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4년 프로 데뷔 이후 일본을 거쳐 PGA에 입성한 최경주는 3년 차이던 2002년에 2승을 거뒀다. 그리고 2005년과 2006년에 한 차례씩 PGA 4승을 거둔 중견 선수로 거듭나던 때였다.

해당 무대는 2007년 7월 3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에 있는 뮤어필드골프장에서 벌어진 메모리얼 토너먼트였다. 1976년 잭 니클라우스가 대회를 창설했고 대회 코스 역시 니클라우스가 디자인한 코스였다. 이 뜻깊은 대회에서 최경주가 단연 돋보였다. 물론 최경주가 첫 라운드부터 눈에 띈 것은 아니었다. 1라운드에서 69타를 쳤지만 존재감을 찾을 수 없었다. 숀 오헤어, 로드 팸플링 등 3명이 65타, 어니 엘스, 버바 왓슨 등 8명이 66타를 쳤기 때문. 2라운드에서도 최경주는 70타를 쳐 우승과는 멀어 보였다. 3라운드에서 67타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선두에게 무려 5타나 뒤처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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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경주는 4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치면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마지막 날 최상의 몸 상태를 보인 최경주는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경기를 마쳤다. 이제 남은 일은 클럽하우스에서 TV 중계로 선두 조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챔피언 조였던 팸플링과 애덤 스콧은 2홀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미 경기를 마친 최경주에게 1타 뒤져 있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버디를 하면 최경주와 플레이오프에 가는 상황이었다. 둘은 마지막 조에서 1타를 더 줄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둘은 17번 홀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보기를 기록했다. 마지막 18번 홀 한 홀을 남겨두고 오히려 최경주에게 2타차로 벌어진 것. 이미 승부는 기울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글을 해야만 됐다. 스콧은 18번 홀에서도 보기로 타수를 더 잃었다. 팸플링은 파를 기록했지만, 바로 앞 조의 라이언 무어가 최경주에게 1타 뒤진 단독 2위를 차지했다.

일찌감치 경기를 끝낸 최경주는 이런 상황을 TV를 통해 즐기면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터벅터벅 18번 홀로 내려가 대회 호스트 니클라우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최경주가 이날 5타 차를 극복하고 우승한 것은 그해 PGA투어에서 ‘최다 타수 역전승’이었다.

최경주는 어린 시절 전남 완도에서 골프 연습을 할 때 니클라우스가 만든 비디오테이프를 닳도록 돌려가며 익혔던 그 기술로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최경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니클라우스는 ‘엄지 척’을 날렸다. 최경주는 한 달도 안 돼 워싱턴DC에서 처음 열린 AT&T내셔널 초대 챔피언까지 되면서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분주하고 뜻깊은 해를 보냈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