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한국은 醬·소금 절여 ‘젖산 발효’… 중국은 술·식초로 ‘초산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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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0-12-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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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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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고유 김치 문화

삼국시대부터 절인 김치 만들어
고려때 물김치… 마늘·생강 활용
조선중기부터 고추 넣어 붉은색


3000년 전 중국 문헌인 ‘시경(詩經)’에는 ‘밭 안에 오이가 있으니 이를 벗겨 저채(菹菜)를 만들어 조상께 바친다’는 문장이 나온다. ‘저채’란 김치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절인 채소 음식’을 뜻하는데, 중국은 이를 근거로 “동아시아 문화권의 저채 음식이 중국에서 전파됐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리·저장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한반도의 김치는 그 자체로 독창적인 문화”라고 말한다.

한국 김치와 중국 저채는 절이는 방법부터 다르다. 중국은 술·식초와 같은 알코올 등으로 채소를 절여 저장시키는 반면 한국은 장(醬)과 소금으로 절여 발효시킨다. 부패 방지를 위해 발효를 통해 보관한 한반도의 김치는 중국 저채보다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절인 채소에 한해 얘기하자면 중국은 ‘초산 저장 음식 문화권’으로, 한국은 ‘젖산 발효 음식 문화권’으로 구분할 수 있는 셈이다.

한반도에서 김치의 발전 단계를 보면 시대별 특징이 나타난다. 삼국시대에는 순무·부추 등을 소금으로 절인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고려 때는 오이·미나리·부추·갓·죽순 등 김치에 들어가는 채소가 다양해졌으며 물김치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 단순한 소금 절임에서 벗어나 파와 마늘, 생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김장 풍습이 시작된 시기도 고려로 추정된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은 ‘순무를 장에 넣으면 삼하(三夏)에 더욱 좋고, 청염(淸鹽)에 절여 구동지(九冬至)에 대비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조선 중기인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일본을 통해 고추가 유입되면서 오늘날과 비슷하게 매운맛과 붉은색을 띠는 김치가 만들어졌다. 고추 특유의 향이 생선의 비린 맛을 잡아줄 수 있어 젓갈을 김치에 넣은 것도 이 무렵부터다. 민간에서는 멸치젓이나 갈치젓을, 궁중에서는 조기젓·새우젓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김치의 탄생’(민속원)을 출간한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박사는 “조선시대 김치 문화는 중국 고대의 저채 문화와는 다른 배경을 지닌 삼국시대 한반도의 저채 문화에서 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기후와 환경에 따라 지역별로 고유한 김치 문화가 자리 잡기도 했다. 경기도는 기름진 평야와 서해의 싱싱한 해산물을 바탕으로 총각김치, 수삼 나박김치 등을 담갔다. 경상도에선 젓갈과 소금을 많이 넣은 맵고 짠 부추김치, 우엉 김치, 콩잎 김치 등을 즐긴다. 충청도는 담백한 시금치 김치와 양념을 적게 넣은 나박김치, 황해도는 과일과 수산물을 넣은 고수김치와 감 김치 등이 특징이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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