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통하는 쉬운 우리말 생활>‘그린∼’ ‘스마트∼’… 무분별하게 갖다붙여 정책용어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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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접두사식 영어 남용

외국어가 남발되면서 마치 영어 단어를 접두사처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린(green)’ ‘바이오(bio)’ ‘제로(zero)’ 등과 결합한 어구를 가리지 않고 사용하거나 기존 우리말에 붙여 쓰는 식이다. 이 경우 정확한 뜻이 전달되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국어 표현 사용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린’이라는 낱말은 정부기관이 정책을 발표할 때도 사용할 정도로 여기저기서 쓰인다. 대체어가 있는데도 갈수록 자주 사용되는 추세다. 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친환경 자동차를 ‘그린 카(green car)’로,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친환경 여행을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으로 표현하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그린 푸드존(green food zone·어린이 식품안전구역)’ 등도 자주 쓰인다.

‘바이오’도 최근 ‘그린’만큼이나 자주 쓰이는 영어 표현이다. ‘바이오 메디컬(biomedical·생명 의약)’ ‘바이오 산업(생명(공학) 산업)’ ‘바이오시밀러(biosimila·복제생물의약품)’ ‘바이오 헬스(biohealth·생명 건강산업)’ 등 종류도 많다. 어떤 것을 없앤다는 의미로 ‘제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사례도 많다. ‘제로 레이팅(zero rating·사용료 우대정책)’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없애기)’ ‘제로베이스(zerobase·백지상태 또는 원점)’ ‘제로화(zero+化·없애기 또는 예방)’ 등이 대표적이다. ‘실버(silver·경로) 산업’ ‘실버 시터(silver sitter·어르신 도우미)’ ‘실버 존(silver zone·어르신 보호구역)’ 등처럼 어르신·경로 대신 ‘실버’라는 표현을 쓰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크 너지(dark nudge·함정 상술)’ ‘다크 웹(dark web·지하 웹)’ ‘다크 패턴(dark pattern·눈속임 설계)’ 등의 ‘다크’, ‘스마트 셸터(smart shelter·복합기능 쉼터)’ ‘스마트 워크(smart work·원격 근무)’ ‘스마트 팜(smart farm·지능형 농장)’ 등의 ‘스마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국민 경선)’ 등의 ‘오픈’, ‘핫 플레이스(hot place·명소 또는 뜨는 곳)’ ‘핫 라인(hot line·비상 직통 전화)’ 등의 ‘핫’도 남발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문화일보·국어문화원연합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