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美軍 대개편과 흔들리는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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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경기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美 2021 국방수권법의 양면성
주한미군 하한 2만8500명 규정
중국 5G 사용국엔 배치 재검토

미 육군은 다영역작전 추진 중
한국 포함해 영구 주둔 불확실
전작권 집착 말고 대책 세워야

미국 상원이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지난 11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국내 언론은 이 법에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환영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법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중국산 5세대(G) 네트워크 사용국에 대한 미군 배치 재검토 조항이다. 미국 의회는 이 조항에서 1000명 이상을 파병하려면, 그에 앞서 주둔국과 5G 또는 6G 통신 환경이 미군은 물론 함께 따라가는 그 가족과 제반 지원 인력에까지 미치는 영향을 모두 조사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미 연방통신위원회가 화웨이와 중국산 통신 네트워크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확정 지은 만큼, 화웨이 등 중국산 통신 장비를 규제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사용 중인 한국에 대한 병력 배치가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미국, 정확히 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미국 주도의 중국 압박 연합전선인 쿼드(Quad) 참여, 방위비 분담금 인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의 현안에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화웨이 문제를 들고나온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 학자도 많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몽니에 의해 시작된 게 아니라, 미군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 즉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부터 착실하게 준비해 온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 급격히 빨라진 2010년 이후 미군의 전략 변화에서 시작됐다. 오바마 행정부가 제창한 아·태 재균형 정책에 따라 미군의 주요 관심 전장은 태평양으로 바뀌었고, 미군의 주적(主敵)은 중국군으로 세팅됐다. 미군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를 분쇄하기 위해 2012년에 합동작전적 접근 개념(JOAC)을, 2015년엔 국제공역에서의 접근과 기동을 위한 합동 개념(JAM-GC)을 정립했다. JAM-GC란 말 그대로 국제공역, 즉 하늘과 바다에서의 작전이 중심이 된 것이었다. 그런데 미래의 주적인 중국을 상대로 하는 군사 전략에서 해·공군에 밀려난 육군이 위기감에서 만들어낸 게 최근 군사학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연구되는 다영역작전(MDO) 개념이다.

MDO란 말 그대로 각 군의 전장 구분을 없앤 작전이다. 전통적인 전쟁에서 육군은 지상을, 해군은 바다를, 공군은 하늘을 맡았지만, MDO에서 미군은 일체화에 가까운 합동성을 발휘해 육·해·공·우주·사이버 모든 영역에서 함께 싸운다. 이 때문에 미 육군은 2016년부터 타군과의 전투구역 경계를 허물 만한 엄청난 사거리의 장거리 타격 무기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올해 미 해병대가 전차부대를 해체하고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들어간 것처럼 미 육군도 환골탈태와 대대적인 재배치 준비에 들어갔다. 라이언 매카시 미 육군 장관은 지난 10월, 세미나에서 “다영역작전의 핵심은 위치”라며 전 세계에 배치된 미 육군 재배치 검토 사실을 확인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 역시 지난 3일, 세미나에서 “미군 부대를 영구 주둔시키는 것은 미래를 위해 심각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대상으로 걸프 지역의 바레인과 한국을 직접 거론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군 개혁과 개편은 전통적인 개념의 부대 구조로는 수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군은 해외 특정 거점에 장기 주둔하는 기존의 전력 배치 개념을 버리려는 것이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0세기형 배치 형태를 유지하는 주한미군은 이 개편의 최우선 검토 대상이다.

미국에 어느 행정부가 들어서느냐와 무관하게 진행될 이 개편을 통해 주한미군은 기존의 ‘대북 붙박이’에서 유연한 전력 투사에 초점을 둔, 전혀 새로운 형태로 개편될 것이다. 미군이 대격변기에 들어간 이상, 한국의 안보 전략은 ‘자주권’이라는 명분을 좇는 전작권 전환 이슈는 잠시 접어두고, 미군의 달라진 세계·군사 전략을 철저히 연구해 우리의 안보 태세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