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봉재, 겨울 설악, 65×50㎝, 종이에 오일파스텔, 2020
여름에는 동남아시아 같고, 겨울에는 시베리아 못지않게 추운 지역이 우리나라다. 이렇게 사계가 뚜렷하니 불편함도 많지만,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있다. 대체로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강인하고 진취적인 것 같다.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그것에 맞서 즐기는 태도가 문명적 진보의 원동력이 아닐까.
‘큰 산’이라는 뜻의 악(岳)자가 붙은 산 이름에 또 산(山)자를 붙이는 건 사족이다. 설악(雪岳)은 눈이 와야 제격인 큰 겨울 산이다. 호연지기를 키우기에 이만 한 설산도 드물다. 동해 일출의 햇살을 받는 때는 전설의 카리스마가 절정에 이른다. 화가 정봉재에게는 더 없는 수호신, 무시로 저 영봉을 그리고 또 그린다. 볼 때마다 다른 감동이기에.
근육질의 철각(鐵脚), 금강으로 가는 전설이 있다더니만, 광채 나는 설원을 향해 꿈틀댄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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