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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0년 12월 18일(金)
1960년대 목소리로 들려주는… 美‘인종차별’의 생생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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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폐쇄된 감화원 캠퍼스에서 두개골에 금이 가고 갈비뼈에 산탄이 박힌 ‘수상쩍은’ 유해들이 발굴된다. 언론들은 이 의문의 묘지에 주목했고, 세상은 시끌벅적해졌다. 이곳을 복합상업지구로 개발하려고 했던 부동산 회사들은 시체가 발견된 게 아주 성가시다. 그리고, 한 남자는 결심을 한다. ‘진실을 밝힐 때가 왔다’고.

미국 문학을 이끄는 대표 작가로 떠오른 콜슨 화이트헤드의 2020 퓰리처상 수상작이 국내 출간됐다. 3년 만의 신작이자,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2017)에 이어 작가에게 두 번째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흑인으로서는 최초다. “죽어서도 골칫덩이”인 니클 감화원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인종차별 정책이 강력하게 작동했던 1960년대와 지금의 2010년대를 교차하며 펼쳐진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마틴 루서 킹의 음반을 듣고 또 듣고, ‘라이프’ 지에 실린 흑인들의 투쟁 사진을 보며 감격하고, 언젠가는 ‘짐 크로’(인종차별 정책을 지칭하던 말)가 사라질 것이라 믿었던 소년 엘우드. 소설은 엘우드가 니클 감화원에 들어가면서 목격하고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 그리고 피부색에 따라 불행에도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는 매 순간을 따라간다. 이곳에선 괴롭힌 백인 아이보다 괴롭힘당한 흑인 아이가 더 매를 맞는다. 매질하는 방엔 피투성이 매트리스와 소년들의 비명을 잡아주는 환풍기가 있다. 바람은 아이들의 피를 잡아채 벽에 흩뿌렸다. 엘우드 역시 그곳에서 ‘블랙 뷰티’라고 불리는 긴 채찍으로 맞아 기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삶에 대한 의지로 무장한 엘우드는 킹 목사의 연설문을 들으며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킹 목사의 목소리를 머릿속으로 듣고 있으면 기운이 난다”고 한 작가 자신이 투영됐다.

작가는 책이 “허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나의 상상”이라고 하면서도, 비슷한 사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플로리다주의 도지어 남학교에서는 상습적 폭력과 성적 학대가 자행됐고, 학생이 사망했으나 학교와 정부가 이를 은폐한 바 있다. 이는 수십 년 만에 한 대학 고고학과의 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여기에, 버스 보이콧 운동이나 킹 목사의 연설 등 작가는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리얼리티를 더한다. 메시지는 더욱 강력해진다. 소설을 위해 그가 참고한 자료들도 의미심장하다. 도지어 남학교에 대한 로저 딘 카이저의 회고록 ‘화이트하우스 소년들: 미국의 비극’과 로빈 개비 피셔의 ‘어둠의 소년들: 미국 최남단에서 일어난 배신과 보상의 이야기’ 등 작가는 소설을 탄탄하게 받쳐준 이 기록물들을 매우 상세하게 소개하며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 “인종차별과 인간의 악행은 현재 진행 중”임을 직시하라는, 어떤 주문처럼 들리기도 한다. 268쪽, 1만4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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