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교통경찰 밥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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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순전히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다. 지역 민심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무려 10조7000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정작 공항 건설이 본격화하면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른다. 정부·여당은 그마저도 모자란 듯 부산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명목으로 내년 예산을 7조7000억 원이나 따로 몰아줬다. 물론 부산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내년 SOC 예산은 26조5000억 원이나 된다. 사상 최대 규모다. 정치인들의 손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대한민국 정치인의 배포는 이 정도에서 머물지 않는다. 내년 전체 예산 555조8000억 원 가운데 현금성 지원만 110조8933억 원에 이른다.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성공수당, 훈련 장려금, 청년공제 등 예산 항목도 가지가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현금 복지 종류가 1760여 종에 달한다. 무상급식에 무상교복, 무상 수학여행 그리고 효도수당, 어르신수당과 심지어 분뇨 수거 수수료도 있다. 명분이 없어 못 줄 뿐이지 이름만 새로 만들어 오면 언제든 현금을 퍼줄 준비가 돼 있다.

이렇듯 마음 착한 정치인들도 가끔은 짜게 놀 때가 있다. 짜다기보다 아예 무관심하다고 해야 옳다. 도로 교통이나 사건 현장을 책임지는 경찰관들 식비가 십수 년째 한 끼에 6000원으로 묶여 있다고 한다. 요즘 6000원이라면 김밥천국이나 분식점의 메뉴 정도다. 집회 질서유지 등으로 빈번하게 원거리 출장을 가는 20대 의경들 역시 분식집의 된장찌개나 비빔국수 정도로는 배를 채우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의경을 이끄는 인솔자들은 끼니마다 단체손님이니 1인당 6000원으로 깎아주면 안 되냐며 식당 주인과 부끄러운 협상을 해야 한다. 사회질서 유지를 담당하기 위해 어느 정도 권위를 유지해야 하는 경찰 처지에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의경 부모들이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제보할 것이라며 항의해도 “나라에서 돈이 없어서 그렇다”며 다독여야 한다는 게 경찰 측 하소연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은 현장 경찰들에게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이는 나라인 셈이다. 돈이 쓰여야 할 데에 쓰이지 못하고 냄새나는 시궁창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