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주호영 “눈 쌓이면 나무도 부러지듯… 아무리 센 권력도 민심 못 이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올 정기국회에서 거대 여당에 무기력하게 밀릴 수밖에 없었던 야당의 현실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文정권, 독재 넘어 헌정파괴
野무시 무지막지하게 국정운영

공수처 검사 코드인사 불보듯
나치 비밀경찰 ‘게슈타포’될것

윤석열 징계 과정은 조폭 행동
위법한 내용·절차 모두 처벌감

文리더십 무책임·무능력 극치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대통령

[인터뷰 = 김만용 정치부 차장]

‘설해목(雪害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원내대표실 한 벽면에 이 세 글자가 적힌 종이 한 장(사진)을 직접 붙였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바로 정면 어른 눈높이에 딱 맞게 붙어 있는 ‘설해목’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나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단 한 번이라도 이 방을 찾았다면 눈여겨봤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기회는 없었다. 주 원내대표는 “눈이라는 것이 한 송이, 한 송이 얼마나 가볍나. 하지만 눈도 쌓이면 억센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 아무리 센 권력도 민심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가 이 종이를 붙인 날이 지난 8일이라고 한다. 8일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강행 처리된 날이다. 현역 국회의원 중 가장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알려진 주 원내대표는 이 세 글자를 붙이며 그날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애썼을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표실에서 진행한 문화일보 파워인터뷰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불쑥불쑥 올라오는 화를 억누르려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최근에 사의를 밝히고 당 의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우리가 비록 의석수가 적다고는 하지만 위헌적이고 문제 있는 법률들이 국회 의사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통과된 데 대해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이제 저 사람들(정부 여당)의 양식에 기댈 수는 없다. 이미 저들의 속성과 본색이 드러났다. 헌법 체계 안에서 저지할 방법은 선거를 통하는 것밖에는 없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성난 민심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 내 원내대표실에 붙여 놓은 삼자성어 ‘雪害木’(설해목).

―지난 정기국회를 돌아보면 수적 열세와 한계를 많이 느꼈을 것 같다.

“단순히 여당 의석수가 과반이라면 야당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180석(비례위성정당 포함)은 저지 노력도 소용없고 야당 도움 없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의석수다. 그러니 무지막지하게 국회를 운영한다. 그게 매우 어려운 점이다.”

―무지막지하다고까지 말하나.

“지금 여당은 야당의 존재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야당이 없어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게 민주당 지도부 인식이다.”

―주 원내대표는 말을 점잖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많이 거칠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 말이 거칠어진 것은 대통령과 민주당의 행태를 보고 한 말이어서 그렇다. 즉, 저쪽이 그만큼 불법적 행태와 막무가내 짓을 많이 한다는 말이다. 저쪽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니 점점 험한 말이 많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평가한다면.

“대통령의 정권 초기 지지율과 최근 지지율을 비교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수를 가져간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될 정도니 얼마나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등을 돌렸다는 말인가. 우리가 현장에서 느끼는 평가는 더 안 좋다.”

―대통령의 리더십도 평가해 달라.

“무책임하고 무능력하고 겉과 속이 다른, 그런 대통령이다, 나는 이렇게 보고 있다.”

―지식인들 사이에서 독재, 파시즘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이것이 적절하다고 보나.

“나는 그런 표현도 성에 차지 않는다. 독재 정도가 아니다. 헌정 파괴다. 독일 나치의 히틀러도 법을 통해 독재했다. 모든 독재자는 ‘법대로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법을 해석하는 것은 자기들 멋대로다. 이 정권 사람들은 헌법이나 법치주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국민이 더 실망하고 분노하는 것은 이들이 소위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한 덕에 꿀을 오래도록 빨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로 적법 절차를 강조했던 분이라 더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공석인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새로 추천하나.

“준비하고 있다. 24일까지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 그 정도는 지키려고 한다.”

―이번엔 잘 진행될까.

“난 당론과 상관없이 공수처를 찬성하는 사람이다. 단, 야당이 공수처장을 추천하는 조건이다. 공수처는 검찰 권한을 제어하고, 살아 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필요하다. 지난 5월 문 대통령과 회동했을 때 대통령이 “대통령 주변 권력을 수사하는 공수처를 야당이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돌아보면 웃기는 이야기다. 이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나. 자기들 부정·비리 수사하는 걸 막기 위해 검찰을 꼼짝 못하도록 옥죄는 도구를 만든 것이라는 속내를 이제야 드러냈다. 지금까지 한 말이 전부 거짓말이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른 게 공수처다. 하지만 이제 문 대통령의 의도를 국민이 간파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인터뷰 도중 이른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잠시 생각을 정리하며 차를 마시고 있다. 김선규 기자

“중도층 마음얻을 만큼 인적쇄신… 서울·부산시장 선거 꼭 이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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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추천위원회 회의 날짜를 갑자기 연기했는데 여론이 부담스러운 것일까.

“이제 물불 안 가리고 자기편 사람으로 새로 추천해 공수처장에 앉히려는 과정일 수 있다.”

―앞으로 공수처 검사들이 친여권 사람들로 채용되는 게 더 큰 문제 아닌가.

“우리도 그렇게 본다. 검찰은 그래도 내부에 다양한 세력이 있어서 자체적으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진다. 그런데 공수처는 몽땅 코드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다. 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민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을 것이다. 공수처는 나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 같은 기구가 된다.”

―공수처 검사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에 협조할 생각인가.

“더 검토해 보겠다. 들러리 서는 역할에 그친다면 참여할 생각이 없다.”

―협상 파트너인 김태년 원내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야당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는 분이다. 밀어붙이니 민주당은 좋아하겠지. 그런데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선 최악이다.”

―국회 계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제도 정비를 통해 이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입장엔 이론이 없다. 다만, 엄벌주의로 산업재해를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먼저 검증이 돼야 한다. 이 법은 문제가 꽤 많다. 민주당조차 재해의 책임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고 본다. 법안을 다소 정비해야 한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미국을 향해 내정간섭이라고 표현한 것은 매우 잘못됐다. 인권은 인류 보편의 문제다. 단순히 전단만 북한에 못 보내게 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 독재 정권 치하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알면 천벌 받을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CNN에 출연해 표현의 자유도 절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려면 그 행위 자체가 공공의 안전에 위해가 돼야 한다. 전단 날리는 행위가 무슨 공공안전을 위배하나. 그에 대한 북한의 부당한 공격으로 위해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인데 전단을 날리는 행위 자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이 위협하는 모든 언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말인데, 이는 견강부회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직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사과했다. 그 수위에 대해 만족하나.

“그 정도면 뭐 (만족한다). 다만, 전직 대통령 구속에 대한 사과가 아니다. 국민의힘의 실패에 대한 사과다.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들이 사법 처리돼 정권을 빼앗기고, 그 반사이익으로 문재인 정부가 집권해 국민의 자유를 축소하며 전체주의로 가는 이런 상황 전체에 대한 사과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 위원장과 이 때문에 갈등이 있었나.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사과 시기나 전직 대통령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 위원장이 전직 대통령들의 혐의까지 인정한 것은 아닌가.

“아니다. 단정적으로 안 했다. ‘그런 혐의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사과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말한 인적 쇄신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어느 조직이든지 조용한 다수보다 튀거나 언론 노출이 많은 한두 사람이 과잉 대표가 된다. 그 과잉 대표를 다수 국민이 싫어한다면 당에 피해가 온다.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에 어긋나거나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행태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탄핵의 강은 건널 수 있나.

“그래도 지난 1년 사이 과거 우리 당의 고질적 문제였던 파벌 얘기가 많이 사라졌다. 정치인이 너무 자기 가치판단에 집착하면 당을 분열시킨다. 내 생각을 고집할 것인가, 다수 국민이 생각하는 쪽으로 모여서 정권을 찾아올 것인가 그 결정을 먼저하고 행동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사과도 그런 선상에서 국민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조치였다고 본다.”

―그렇다고 보수 진영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나.

“그렇다. 정치인이라면 플러스 정치,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중도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지지하는 보수 시민사회 세력과 자리를 같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얘기엔 동의할 수 없다.”

―김 위원장하고는 궁합이 잘 맞나.

“그럼, 둘 사이는 멀쩡하다.”

―김 위원장은 중도 정책을 하고 싶은데 원내대표 쪽으로 가면 실현이 안 된다는 얘기가 있어서 하는 말이다.

“김 위원장이 어떤 의제를 던질 때 의원들하고 미리 공감대를 형성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자신이 방향성만 제시하고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해서 결정해 달라는 스타일이다. 딱 정해놓고 ‘왜 안 따라와’, 이러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아무리 추락해도, 민주당이 아무리 실정을 해도 국민의힘에 마음을 주기가 찜찜하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그런 분이 있다면 만나봤으면 좋겠다. A당이 싫으면 B당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 말은 민주당이 만들어내는 논리다. 현재 중도층이 무당층으로 갔다가 우리 당으로 대이동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현재 무당층에 있는 국민의 마음을 잡을 방법은.

“역시 인적 쇄신이다. 단순히 사람을 바꾼다는 게 아니다. 국민이 불편해하는 사고를 가지고 있거나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조금 후퇴시키고, 국민 생각과 같이 갈 사람들을 앞에 내세우는 것이다. 또한, 비판 세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국민 약속을 지켜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과정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마디로 조폭들의 집단 폭행이다. 인사니, 징계니 하는 위법한 과정들은 불법행위로 나중에 다 처벌받을 일이다.”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 판결이 곧 나온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냐 아니냐의 문제가 이 판결 하나에 달려 있다고 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어떻게 평가하나.

“추 장관은 개인적 성격을 떠나 법무부 장관이 돼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여당 대표를 한 민주당 5선 의원이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되나. 추 장관이 한 행위 중 처벌받을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 덕분에 윤 총장이 바짝 떴다. 정치인 윤석열을 어떻게 보나.

“이건 국가적 비극이다.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 1위라는 것 자체가. 그런데 그 책임은 윤 총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과 추미애, 두 사람에게 있다고 본다. 윤 총장 징계 사유에 왜 대선 후보 1위에서 이름을 안 뺐느냐는 부분이 있더라. 도대체 대선 후보 1위를 만들어준 사람이 누구인가.”

―현재 국민의힘에 간판 얼굴이 없다 보니 윤 총장이 뜨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우리 당에도 훌륭한 지도자가 많다. 누가 한들 지금 문 대통령보다 못하겠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비리종합세트다. 대통령이 어디서 그런 사람만 골라서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그렇고.”

―변 후보자는 낙마해야 하나.

“그렇다. 보통 국민을 무서워하는 제대로 된 정권이라면 변 후보자 같은 경우는 바로 사퇴시킨다. 그런데 완전히 ‘배 째라’다. 아마도 ‘각하, 이번에 밀리면 레임덕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대통령 주변에 많은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정말 대통령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대통령을 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사람이다.”

―지금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서 비상인 것 같다.

“아주 무능하고 국정을 담당할 능력이 안 되는 정권이다. 지금 게임체인저는 백신밖에 없다. 앞으로 백신을 맞지 못한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입국이 제한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경제적 손실도 막대할 것이다. 다른 나라는 연구개발비까지 대주면서 백신 확보를 준비했다. 이 정부가 방역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활용하고 관리했기 때문에 이런 대참사가 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