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외교·통일 ‘학연’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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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문민정부 이래 외교부 장관 15명 가운데 12명은 서울대 출신이다. 서울대 중에서도 법학·외교학과 출신이 10명에 달할 만큼 쏠림이 심하다. 한승주·공로명·유종하·홍순영·이정빈·최성홍·윤영관·반기문·유명환·윤병세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런 이유로 외교부에서는 서울대 법학·외교학과 출신이 주로 장관직에 오른다 해서 ‘성골’로 불렸다. 서울대 출신이라 해도 송민순(독문학) 김성환(경제학)은 법·외교학과가 아니라는 이유로 ‘진골’에 비유됐고, 비(非)서울대 출신은 ‘6두품’으로 불렸다.

박정수·한승수·강경화 외교장관은 연세대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 분야에 연세대 정외과 출신이 많이 기용되자 ‘연정이 신(新)진골’이라는 말이 나돈다. 차관·차관급까지 합치면 성골 고지도 머지않은 듯하다. 신임 최종문 2차관과 차관급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물론이고 최종건 1차관도 연정 라인이다. 반면, 통일부는 이례적으로 장차관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이인영 장관은 국문학과, 서호 차관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서 차관은 학자 출신인 김연철 전 장관과 호흡을 맞춘 인사여서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23일 차관 인사에서도 살아남았다. 586 운동권 출신 정치인인 이 장관이 지난 7월 인사청문회 때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문제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대북 사안에 문외한인 점을 보완하기 위해 남북 관계 현안에 밝은 관료 출신 차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인 듯하다.

과거 정부에선 가급적 장차관의 대학·지역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정무적 고려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 초기 홍순영 장관과 반기문 차관이 충주고 선후배였는데, 얼마 뒤 장관을 바꾸는 식으로 조정됐다. 그런데 문 정부 인사들은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따라서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이 외교부와 통일부 장차관을 각각 맡는 현상은 지속될 듯하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정상 궤도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구국’을 모토로 내세운 고려대 출신 이 장관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일에 정신을 팔고, ‘진리와 자유’를 중시하는 연세대 출신 강 장관은 “표현의 자유도 절대적인 게 아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연·고대 ‘라인’이 건학 정신 허물기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