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의 정치카페>문빠, 이성을 헌납한 ‘邪敎적’ 권력 지지…‘파벌적 오만’ 더해져 극단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문빠’ 권력 지지의 특성

‘노무현 비극’ 후 ‘비판적 지지’와 결별, 강력한 친문 권력으로…‘전략적 지지’ 넘어 ‘맹목적 지지’로 이행
진보진영의 文정권 ‘지지 철회’ 가속화… 권력 불행 막으려면 스스로 무지함·비도덕성 깨닫는 ‘테스 형’ 해법 절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열광적 지지층인 ‘문빠’의 행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에 대한 직무 복귀 결정을 내린 판사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어 사교(邪敎)적 행태까지 보인다. 친문 방송인 김어준은 “검찰과 사법이 하나가 되어 법적 쿠데타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고,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사법개혁론과 함께 윤석열·판사탄핵론이 요동친다. 과거 어느 정권의 팬덤보다 유별나다. 문빠의 습속과 특이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에 대해 ‘노무현의 비극’ 이후 형성된 맹목적 정권 지지 심리 위에 ‘파벌적 오만’이 겹쳐져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邪敎’ 닮아가는 문빠 팬덤

이들 친문이 한국 정치에 존재했던 과거 권력 팬덤과 현저히 다른 것 중 하나는 극도로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며 때로 광적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람들을 정치철학자 제이슨 브래넌의 개념을 빌려 ‘훌리건’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런데 따져 보면 친문 팬덤은 훌리건보다 훨씬 더 폐쇄적이고 파괴적인 사교적 특성을 보인다.

이런 권력문화는 각종 범죄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십자가를 진 예수’(황교익 칼럼니스트)로 비유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떼’를 움직이는 군중심리로 광장을 지배하는 교주, 그를 에워싼 무당들, 그리고 이들에게 이성을 헌납한 맹신도가 지배하는 세계다. “단체로 실성했다”는(진중권 전 교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빠의 이런 극단적인 행태는 문 대통령이 부추긴 측면이 있다. 그는 대선 직전인 2017년 4월 문재인 극성 지지자들에 의한 댓글 폭력이나 문자 폭탄에 대해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옹호했고, 올 초 신년기자회견 때는 “조국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토로했다. 문빠의 공격적 행위를 옹호한 것이면서, ‘우리 편은 무슨 짓을 해도 옳다’는 진영 논리를 드러낸 발언이다.

◇‘盧의 죽음’과 지지이론 변화

친문 팬덤의 특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진보적 시민사회는 정치인과 어느 정도 거리를 지키는 ‘비판적 지지’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를 민주시민의 덕목으로 여겼지만, 이것이 노무현의 비극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게 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후 일부 진보 진영은 ‘노의 비극’에 대한 반성 속에서 이른바 ‘비판적 지지’와 결별하고 문 정권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무장한 문빠로 재탄생했다(최성호, ‘문빠에 대한 철학적 변론’).

최성호 경희대 교수는 다만 “문빠는 문 정부가 희망을 저버릴 경우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지지나 맹목적 지지가 아닌 전략적 지지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 경남지사도 의원 시절 비슷한 견해를 밝힌 일이 있다. “과거 진보진영은 비판적 지지가 올바른 자세라 생각했다. 그런데 참여정부를 거치며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게 됐고, 그에 대한 반성이 생겼다. 그 결과 비판적 지지에서 전략적 지지로 가게 됐다.” 어쨌든 문 정권 초기에는 ‘전략적 지지’라는 ‘이성적 판단’이라도 있었던 것이다.

진보 지식인 사이에서는 친노-친문으로 이어지는 권력 지지 이론의 변화를 카를 포퍼의 ‘반증주의’와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즉 반증주의가 권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논거라면 패러다임론은 전략적 지지의 논거이며, ‘노의 비극’ 이후 형성된 문빠의 입장은 후자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한국에서 유난히 돌출되는 문빠 현상의 특이점을 설명해 준다.

◇권력의 ‘파벌적 오만’이 문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문빠의 행태는 문 정권에 대한 ‘전략적 지지’가 아닌 ‘맹목적 지지’의 특성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대통령의 3대 과제, 즉 ‘안보·경제·통합’은 불가능한 임무처럼 됐고 권력 비리가 넘쳐났지만, 문빠는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반대진영에 대한 공격 성향만 강화했다.

마이클 린치 미 코네티컷대 교수는 이와 관련한 역사철학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린치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내(권력)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 위에 가장 뛰어나다는 지적·파벌적·도덕적 오만함이 문제’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나의 세계관이 다른 사람의 증거와 경험을 통해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고집하는 태도가 오만함을 부르고, 파벌의 신념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권력을 위해 진실을 묵살하는 일이 늘어나며, 오만함이 파벌적인 양상을 띠면 파괴력을 갖는다”고(린치,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 지적했다.

해나 아렌트는 특히 파시즘적인 체제에서 나타나는 권력의 ‘무오류성’에 대한 집착을 경고했다. 아렌트는 지도자가 오류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오류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보다 더 강력한 무언가가 있으며, 자신의 승리가 필연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크라테스의 해법

린치 교수에 따르면 소크라테스가 당시 오만한 권력집단인 소피스트들과의 문답법에서 제시한 해법의 출발점은 자신의 무지(無知)와 한계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정치적 오만함에 대한 탁월한 연구가인 몽테뉴 역시 ‘테스 형’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파벌적 오만과 공격성에서 벗어나는 열쇠는 자신이 무지하고 비도덕적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노무현은 2009년 봄 권력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옥죄어오자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 자신의 홈피를 폐쇄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더 이상 저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자각을 문 정권 스스로 해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친문 팬덤 내에서 권력에 대한 ‘지지의 전이(轉移)’ 혹은 ‘철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노무현 정권의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문재인으로부터 노무현 구하기’라는 명분이 만들어지면 진보 진영은 물론 친문 내에서 지지 철회가 가시화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최장집·최진석·강준만·진중권 등 진보 지식인들의 이반은 그 시작이다. 더욱이 문빠의 지지가 정권에 대한 맹목적 지지 아닌 전략적 지지라고 한다면, 권력이 상식적인 기대를 저버리고 타락할 때 쿤이 말한 ‘패러다임 시프트’ 즉 ‘지지의 전이’는 불가피할 것이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문빠의 ‘邪敎’적 특성 : 친문 팬덤인 문빠는 극도로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며 때로 광적이라는 점에서 사교적 특성을 보임. 진보진영은 ‘노무현의 비극’에 대한 반성 속에서 권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와 결별하고 강력한 지지로 무장한 문빠로 재탄생.

문제는 권력의 파벌적 오만 : 시간이 흐를수록 문빠의 행태는 정권에 대한 ‘전략적 지지’가 아닌 ‘맹목적 지지’로 이행하고 있음. 게다가 친문 권력은 지적·도덕적 오만으로 무장함. 오만함이 파벌적인 양상을 띠면 공격성과 파괴적 특성을 갖게 됨.

소크라테스의 해법 : 권력의 지적·도덕적 오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몽테뉴가 영감을 받은 ‘테스 형’의 해법이 절실. 즉 자신이 사실은 무지하고 비도덕적임을 깨닫는 것. 그렇지 않으면 진보 진영 내 ‘지지 철회’가 가속화하고 권력의 비극을 막지 못할 수도.

■ 용어 설명

‘소크라테스’는 특유의 문답법을 통해‘무지에 대한 자각’을 일깨운 고대 철학자. 소피스트들과의 대화를 통해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를 깨닫게 하고 지적 오만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함.

‘카를 포퍼’는 ‘과학은 열린 비판과 반증과 검증을 통해 완성된다’는 과학철학론을 주창. 반면 ‘토마스 쿤’은 주류과학은 오류가 있어도 용인되다가 패러다임 교체에 의해 혁명적으로 바뀐다는 입장을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