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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0년 12월 31일(木)
韓·中·日 ‘우동 삼분지계’… 시원한 국물 韓은 ‘촉’… 화려한 고명 中은 ‘위’… 쫄깃한 면발 日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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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한·중·일의 우동은 지정학적 차이만큼이나 다종다양하다. 중국 우동이 삼국지 조조가 지배한 위를 닮았다면, 일식 우동은 손권의 동오, 한국의 분식우동은 유비의 촉한에 비유할 만하다. 서울 서소문의 노포 유림면의 냄비국수(위)는 한국식 우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고, 종로 안래홍의 우동(가운데)은 중화요리식, 합정동 우동카덴의 청어우동(아래)은 정통 일본식이다.

- 韓
멸치·어묵 넣어 끓인 가락국수
빼어난 지략·용병술 ‘촉’ 닮아

- 中
생선·어패류·채소 등 재료 다양
강력한 군사력의 ‘위’와 비슷

- 日
장국·튀김·조린 유부 등 활용
水戰에 뛰어난 ‘오’와 비견 돼


우동 삼국지(三國誌). 맑고 뜨거운 국물에 말아낸 쫄깃한 면발, 우동을 내세우는 세 나라가 있다. 한국, 중국, 일본. 각각 쓰는 이름은 서로 달랐을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선 똑같이 ‘우동’이라 불렀다. 찬 바람 비켜 옷깃에 스며드는 한반도의 겨울에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음식 우동의 삼국지(연의)가 펼쳐지고 있다. 이름하여 ‘우동 삼분지계(三分之計)’다. 중화요리 우동(대로면·大鹵麵)은 화려한 고명 물량을 자랑하기에 강력한 군사력과 명분을 품은 위(魏)를 닮았다. 영토가 양쯔(揚子)강 하류를 끼고 있어 수전(水戰·여기선 국물)에 강한 오(吳)에 비견되는 일본요리 우동(うどん)도 있다. 그리고 척박한 조건 속에서 뜨거운 열망으로 대업에 도전한 촉(蜀)을 떠올리게 하는 대한민국의 분식우동(가락국수)은 또 어떤가. 세 나라의 우동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한다.


◇중화요리 우동-조조의 조위(曹魏)

삼국 중 위(魏)는 대륙의 가장 넓은 영토를 바탕으로 군사적으로 수적 양적 우세를 점유한 것이 중국식 우동과 닮았다. 우동 이름을 붙인 메뉴 중 가장 푸짐한 식재료와 고명이 올라가는 화려한 음식이다. 원래 오랜 시절부터 중국집에서 주요 메뉴에 있었다. 근대소설에도 등장할 만큼 일찍이 대중화된 메뉴였다. 짜장면과 함께 식사부(중국집 메뉴판에는 요리부와 식사부가 있었다)의 투톱에 당당히 꼽혔다. 그때는 한글로 우동이라 적고 옆에는 대로면이라 따로 표기했다. 소금으로 간을 한 국물 면 요리란 뜻으로, 오랜 역사가 있는 음식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에 청요릿집이 진출하면서 우동의 이름을 가져다 썼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동은 짜장면과 같은 가격이었으며 인기 메뉴였다. 달콤하고 기름진 맛을 원하면 짜장면을, 담백하고 뜨끈한 국물을 찾는 이들은 우동을 주문했다.

중화요리 우동은 한 끼로 충분히 든든한 고명과 부드럽고 고소한 육수가 강점이다. 메기, 오징어 등 값싼 생선과 홍합, 조개 등 어패류, 양파, 배추 등 채소를 넣고 뭉근한 불로 오래 끓여낸 국물에 면을 말아서 냈다.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 얼추 백짬뽕과 비슷해 보이지만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데다, 재료를 재빨리 볶아 국물 내는 게 아니라 미리 끓여낸 육수에 국수를 말아내는 것이 다르다.

지금이야 국물로는 짬뽕이 ‘대세’지만 1980년대 초반까지는 우동이 기본이었다. 당시 좀 더 비싼 짬뽕은 메인 메뉴라기보다는 특별한 기호가 작용하는 메뉴였다고 한다. 계란을 풀어낸 우동은 부드럽고 구수한 국물 맛이 짬뽕처럼 자극적이지 않아, 지금도 우동을 즐겨 찾는 마니아층이 여전히 존재한다. 울면이나 기스면을 비슷한 분류로 놓기도 하는데 전분을 첨가해 빡빡한 맛을 내는 울면이나 닭 국물이 기본이고 가느다란 면을 쓰는 기스면과는 생김새부터 확연히 다르다. 이즈음 중국집에서는 우동을 찾아보기 쉽잖다. 중국집 주방장에 따르면 “만들기 까다롭기 때문”이란다. 고춧가루를 넣어 그럭저럭 보편적인 맛을 낼 수 있는 짬뽕과는 달리, 우동은 강한 맛을 내는 요소가 없어 육수를 내기가 어렵고 재료의 선도도 금세 표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일식 우동-손권의 동오(東吳)

남동방 양쯔강 하류와 강남 지역을 점유한 오(吳)는 대대로 지역에서 튼실한 기반을 잡아온 뿌리 깊은 국가다. 수전(水戰)에 능하고 충실한 지지 기반을 갖춘 것이 딱 일식 우동과 닮았다.

일본 음식 중 가장 한국인의 입맛에 친숙한 음식이 우동이다. 일본에선 그 원류를 온돈(온)에서 찾고 우동(うどん)으로 읽는다. 현재로는 가장 익숙한 우동이다. 맑은장국에 두꺼운 삭면(削麵)을 쓰는 국물 우동이 한국에선 가장 널리 알려졌다.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은 우동에서 국물 맛을 제일로 치고 일본인들은 면의 매끈함과 쫄깃함을 우동의 본맛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는 실로 다양한 우동 형태가 있다. 아니, 우동이란 면 요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국물이 있든 없든 모두 우동의 범주에 속한다. 즉 소바는 썰어서 제면(切麵)한 메밀국수, 우동은 밀가루 국수다. 우동을 삶아 장국을 부어 먹는 붓가케 우동과 장국에 찍어 먹는 가마아게 우동, 심지어 아무 양념 없이 우동 면발만 집어먹는 것도 있다. 장국에 말아낸 가케 우동, 튀김 부스러기를 뿌려 먹는 다누키 우동, 조린 유부를 얹은 기쓰네 우동, 날계란을 얹은 쓰키미 우동, 장국에 카레를 풀어 먹는 카레 우동, 고기를 올린 니쿠 우동, 떡을 넣은 치카라 우동, 된장국물에 말아먹는 미소니코미 우동….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어도 이 정도다.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이 우동으로 유명한데, 규슈(九州)도 나름 정통성을 자부한다. 1200년 전 일본 승려인 홍법대사가 중국으로부터 우동을 들여왔다는 중국 전래설이 있는데 그의 고향은 일본 사누키(가가와현)이며, 도착한 곳이 규슈 후쿠오카(福岡)라고 한다. 우동이란 이름 역시 중국의 밀가루 요리인 훈툰()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지역별로 자기 고장의 우동이 유명하다고 내세우지만 보통은 6곳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가가와(香川)현 사누키 우동, 아키타(秋田)현 이나니와 우동, 군마(群馬)현 미즈사와 우동, 야마나시(山梨)현 호토 우동, 하카타(博多) 가시와 우동, 나가사키(長崎)현 고토 우동, 아이치(愛知)현 키시멘 등이다. 한국에는 가다랑어 등을 넣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의 국물 우동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짭조름한 간토식 우동과 고기 우동, 카레 우동, 명란 우동 등도 점차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식 우동-촉한(蜀漢)

촉(蜀)은 험난한 산지인 쓰촨(四川)에서 출발했다. 삼국 중 가장 왜소했고 불리한 환경이다. 하지만 빼어난 지략과 용병술로 대국에 당당히 맞섰다. 우리네 우동(가락국수)이 꼭 그렇다. 삼국 우동 중 값이 가장 저렴한 축이다. 간식의 이미지도 있다. 포장마차나 분식집에서 맛보던 서민 음식이 바로 가락국수, 즉 한국식 우동이다. 일제가 물러난 후 우동은 남았지만 이름은 사라졌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우동을 ‘가락국수’로 순화(?)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쓰는 이가 없지만, 한동안 우동은 가락국수였다.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1970년대 분식장려 운동에 힘입어, 값싸고 배불리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가락국수는 널리 퍼졌다. 대전역에 5분 정차하면 뛰어 내려가 사 먹던 그 음식이 바로 가락국수다. 주로 마른 멸치와 어묵꼬치를 넣고 끓여낸 국물이었다. 여기다 통통한 우동을 말아내고 고춧가루, 쑥갓, 유부, 김가루를 뿌리면 조리가 끝났다. 반찬도 고명도 필요 없다. 어묵꼬치를 하나 찔러넣고 단무지 몇 개만 얹으면 됐다. 먹는 이도 편했다. 후루룩 국수를 집어 입안에 욱여넣고 훌훌 국물을 마시면 됐다.

포장마차나 시장통, 분식점의 우동은 모두 비슷했는데, 인기가 좋으니 나름 방식대로 발전했다. 계란 하나를 깨 넣어주는 곳도 있고, 괜찮은 어묵을 올리는 집도 생겨났다. 김치를 썰어 넣은 김치우동에다 처음부터 전골식으로 끓이는 집도 입소문을 끌었다. 아르바이트생은 팔이 아프겠지만 온기가 오래 유지되는 석제 그릇을 쓰며 스스로 지위를 격상한 돌냄비우동도 한때 유행처럼 번져갔다. 매콤한 고춧가루가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을 책임지고 쫄깃한 면발이 여기 녹아드니 한 그릇의 국물 요리로 그 궁합이 딱이다. 김가루나 쑥갓도 허투루 든 것이 아니다. 각각 고소하고 싱그러운 맛을 더한다. 뜨거운 국물을 품은 유부는 자신의 기름기를 섞어 다시 맛으로 돌려줬다. 이쯤 되니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에 맞았다. 좌판 상인, 쉬 배가 꺼진 학생, 잔술을 마시던 회사원 등 모두가 주머니 사정 따질 필요 없이 우동을 찾았다. 특히 바쁜 길을 가는 행인과 여객은 기차역과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에 길을 재촉할 힘을 얻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먹을까

◇서울 합정동 우동카덴 = 정통 일본식 우동을 맛볼 수 있어 일찌감치 우동 마니아의 입맛을 사로잡은 집. 일본 전역을 아우르는 다양한 우동을 내는 전문점이다. 저염 명란을 쓰고 청어조림, 모시조개를 올리기도 한다. 가케우동만 알고 있던 이들에게 우동의 신세계가 열린다. 고명과 면발은 우동 종류에 따라 모두 다른 조합으로 낸다. 고명과 국물의 유무에 따라가는 면이 어울리거나 굵은 면이 좋을 때가 있다. 획일적 국물도 아니다. 조그마한 우동집에 끓는 국물 솥이 여러 개다. 전문점이라 부를 만하다. 연희동 로바타야 카덴 1층에도 있다. 마포구 양화로7안길 2-1. 6000원부터.

◇서울 서소문 유림면 = 한국식 우동이라면 바로 떠올리는 집. 국내 몇 안 되는 도심 속 우동 노포로 1962년부터 대대로 이어가는 가게다. 우동은 메뉴에 없고 메밀국수와 냄비국수가 있는데, 냄비국수가 한국식 가락국수, 즉 우동이다. 어묵과 계란, 버섯, 쑥갓을 넣은 우동을 냄비째 보글보글 끓여낸다. 뜨겁지만 시원하다는 한식 국물 요리의 기본을 그 작은 냄비 안에 모두 갖췄다.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 3년 연속 선정됐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139-1. 8500원.

◇서울 종로 안래홍 = 서울 종로에서 유니짜장 등 식사 메뉴로 단연 주목받는 화상의 중화요리점. 우동이 부드럽고 푸짐하다. 해물을 우려낸 새하얀 국물은 담백하지만 입맛을 끄는 뭔가가 숨어있다. 양파도 아삭하고 오징어도 질기지 않은 것이 미리 끓여낸 육수가 아니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붉은 국물이 아니라 쭉 들이켜고 나면 왠지 속이 부드러워지는 것이 ‘치유의 음식’이란 느낌이 든다. 오이즙을 넣은 녹색면도 씹는 맛이 참 좋다. 서울 종로구 종로7길 43. 7000원.

◇창원 만미정 = 경남 창원시 마산 구도심에서 돌우동으로 오랜 시간 인기를 끌어온 노포. 돌우동과 메밀국수로 유명하다. 얼핏 보면 허름한 분식점 분위기지만 노포의 기품이 서려 있다. 보글보글 끓는 돌우동은 시원한 국물에 쫄깃한 면, 그리고 쫀득한 어묵에 대추, 맛살, 밤이 든 고급 우동이다. 달걀을 풀어 고소한 맛을 내는 국물을 비우고 나면 겨울이 두렵지 않다. 플라스틱판에 내오는 메밀국수 역시 진한 육수 맛이 일품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로 27-1.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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