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코노미>시진핑 “美와 재협상” vs 바이든 “中압박 강화”… 올해 더 세게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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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 1단계 무역합의 1년

작년 1월15일 트럼프·류허
‘1단계 무역합의’ 서명 봉합
코로나 확산에 美中 신냉전

中, 무역전쟁 내상 치유위해
美와 관세완화 재협상 시급

美 바이든, 對中 강경론 천명
亞·EU 동맹국들과 공동으로
中 행동변화 끌어내려는 전략

美·中, 무역갈등 조정과 함께
글로벌 주도권 놓고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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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1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미·중 무역전쟁을 ‘봉합’하는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지 1년이 다 됐다.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세계 확산 여파로 지난 한 해 미·중 갈등은 ‘신냉전’ 양상까지 띠면서 전방위로 확대됐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도 기존 합의와 관세를 대중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올해도 양국 관계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강경파 무역 수장을 임명한 데다, 동맹 규합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도 미·중은 자국 무역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글로벌 무역 표준 및 규칙 제정의 주도권을 놓고도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합의 재협상 원하는 중국 = 1단계 무역합의는 양국 간 관세 전쟁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총 37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매기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를 유지하면서 중국산 수입품 1200억 달러에 대한 관세율은 15.0%에서 7.5%로 인하했다. 중국은 대신 2020∼2021년 2년에 걸쳐 미국산 공산품과 농산물, 에너지 등 총 2000억 달러(약 217조 원)어치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무역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이 미국에 대폭 양보한 셈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미·중 갈등은 무역을 넘어 기술·군사·외교·인권·이데올로기 등으로 확대되며 1979년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성이 높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자 중국에서는 곧바로 무역합의 재협상론이 등장했다. 중국 정부 고문인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바이든도 무역합의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재협상을 하려 할 것이고 이는 중국의 바람과도 맞는다”며 “중국은 재협상에서 과중한 수입 목표량과 수출 관세를 낮추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후이야오(王輝耀) 중국세계화연구소 이사장도 “바이든은 국제관계 경험과 다자주의에 대한 이해가 있고, 이성적”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기대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코로나19를 극복한 외형상의 플러스 성장 수치 속에 숨은 무역전쟁의 깊은 ‘내상’을 치유하기 위해 관세 완화가 시급하다. 중국은 재협상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들어 미국산 제품 대규모 구매에 나서 미국산 대두 수입은 604만t으로 1년 전보다 136% 증가했다. 미국산 원유 수입량도 지난해 11월 361만t으로 1년 전보다 13배로 급증했다. 미국 차기 행정부에 중국의 무역합의 준수 의지를 보여줘 재협상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포석이다.

◇오히려 동맹 규합해 대중국 압박 강화하려는 미국 =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연설에서 대중 강경론을 내놨다. 그는 “무역 악습과 기술, 인권에 대해 중국 정부에 책임을 지게 하면서, 생각이 비슷한 파트너·동맹과 연합을 구축할 때 우리의 입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적인 파트너들과 함께하면 경제적 지렛대가 갑절 이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공동으로 대중 압박을 펼쳐 중국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이 개선해야 할 대표적 관행으로 지식재산권 절취, 국유기업 등에 대한 불법 보조금, 기술 이전 강요, 덤핑 등을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도 무역전쟁의 명분으로 이를 내세웠지만, 관세 폭탄을 통해 사실상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에 중점을 둔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무역 체제에서 벗어난 중국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를 위해 바이든 당선인은 대중 강경책을 외쳐온 중국어 구사 능력을 가진 40대 대만계 여성 변호사 출신인 캐서린 타이 연방하원 조세무역위원회 수석 무역 고문을 차기 미 무역대표부(USTR) 수장으로 내정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을 상대한 경험이 있는 타이는 “중국과의 경쟁과 관련해 공격적이고 대담한 조치를 위해 정말 강력한 정치적 지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정부의 무역전쟁 유산을 활용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초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무역합의나 중국산 수입품 절반가량에 25% 관세를 부과한 조처를 철회하는 데 즉각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가 가진 옵션들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중국 관세 부과 축소나 철회를 조건으로 중국에 까다로운 요구를 하며 협상에 충분히 이용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이다.

◇글로벌 규칙 제정권 놓고 양국 갈등 확대될 듯 = 전문가들은 올해 미·중은 코로나19 대응과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의제에는 협력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경제와 기술, 안보 등을 놓고는 여전히 치열한 패권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미·중은 양국 간 무역 갈등 조정 문제와 함께 다자 자유무역협정(FTA) 등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에서의 규칙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의 ‘미국 우선주의’로 갈등을 빚었던 우방국들과 함께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를 확대하고 주도권을 계속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중국 주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체결되자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들과 제휴해 국제 무역 규칙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계감과 함께 무역 질서 주도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중국은 RCEP를 통해 중국의 글로벌 무역 및 인프라 네트워크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현재 미국이 빠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중국은 미국이 EU를 끌어들여 대중국 압박에 나서기 전에 7년을 끌어온 EU와의 투자 협정도 지난해 말 서둘러 타결했다. 중국 상무부 당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최신호에 “우리는 다자, 양자, 지역 플랫폼을 통해 국제 무역 규칙 제정 능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규칙 제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면 중국은 미래의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에서 배제되고 뒤처질 수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글로벌 무역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극복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중국 정부의 고문인 정융녠(鄭永年) 글로벌 및 당대 중국고등연구원 원장은 “중국의 CPTPP 참여는 미래 글로벌 무역 규칙을 중국이 제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더글러스 어윈 미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저널(WSJ)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을 때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무역 규칙을 수립하고 관계를 강화할 기회를 잃었다”며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해야 중국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