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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05일(火)
최악의 ‘청와대 종속형’ 국회… 서울 보선 결과따라 대권구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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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산과 전망 ① 국회·정치

與, 靑 지시로 독단과 폭주의 과잉입법 정치…민주주의 가드레일 무너뜨려 최악 국회로
‘현재-미래’ 권력 충돌로 친문 분화할 수도…野, 4월 보선 앞둔 ‘반문 연대 플랫폼’ 구축할까


지난해 4월에 실시한 21대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 비례정당 17석을 합쳐 총 180석(60.0%)을 확보하며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민심은 이렇게 여당에 힘을 몰아주었지만, 지난 한 해 거여(巨與)가 지배하는 정치는, 과거 진보 진영을 대표했던 인사들의 표현을 빌리면 ‘싸가지 없는 정치’(강준만), ‘민주 건달이 판치는 정치’(홍세화), ‘연성독재 전락’(진중권)이라는 평을 들었다.

2021년에도 여당은 ‘리걸 마인드(legal mind)’가 아닌 ‘운동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독단과 폭주의 과잉 입법 정치를 이어가려 할 것이다. 다만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정권의 레임덕이 본격화하고 친문(친문재인) 세력 분화가 가시화하면서 여야 대권 구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청와대 종속형’ 국회

비교의회의 관점에서 2020년 국회를 평가하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제도적 자율성이 붕괴했다. 의회는 법률이나 공공 정책을 발의·심사·확정하고 정책 집행을 감독하는 제반 정책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정책 형성력’이 의회를 분류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정치학자 M G 와인바움은 의회를 국민 통합력과 정책 결정 능력의 수준이 높은 ‘경쟁적 우위형(competitive dominant)’과 그 반대인 ‘경쟁적 종속형(submissive)’으로 분류했다.

21대 국회는 청와대의 지배력에 의해 여당이 움직이고 야당은 무력화하는, 경쟁적 종속형 국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는 경향이 훨씬 강해졌고, 덩달아 거여가 지배하는 국회는 정책 결정 능력을 상실한 채 행정부에 종속되는 상황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여권을 향해 “새해 벽두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기대한다”고 하자 집권당은 군사 작전하듯이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마디로 선출된 왕인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연성독재가 도래한 것이다.

둘째, 민주적 규범과 관행들이 파괴됐다. 한국 국회에서는 1988년 제13대 국회부터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를 통해 운영되는 불문율이 있었다. 상임위원장은 의석수에 따라 배분했고 국회 법사위원장도 2004년부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 몫으로 배분했다. 여야 간의 타협과 합의를 존중하기 위해 상임위원회나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관례도 지켰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민주주의 가드레일과도 같은 규범과 관례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셋째, 반(反)자유주의적, 반시장적 법안들이 양산됐다.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국회에서는 민감한 법안을 추진할 때 통상 헌법적 가치를 위배하는지, 소용되는 예산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실제로 입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원칙들을 무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민심은 이 같은 거여 폭주에 대해 “이게 국회냐”라고 할 정도로 비판적이다. 거대 여당이 주도한 2020년 국회는 헌정사상 역대 최악으로 평가될 만하다.

◇4월 재·보선과 정국 변화

올 한 해 여야 정치의 향배를 전망할 때 대통령의 인식 구조, 통치 스타일, 정책 기조는 가장 중요한 기저 요인이 된다. 더불어 4월 재·보선 결과는 정치의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촉발 요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류 세력 교체와 체제 변혁’의 목표에 집착하고, 촛불 정권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비(myth)와 불통, 폐쇄적 리더십에 의존하면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면 전환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집권당 의원들이 ‘신민(臣民)적 사고’에 빠진 채 청와대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움직이면서 독단과 폭주의 과잉 입법 정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지적처럼 민주당이 ‘리걸 마인드’가 아니라 ‘운동 마인드’에 빠져 법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 대통령 단임제 아래 역대 정권은 임기 말 ‘민심 이반의 법칙’에 따라 늘 레임덕에 빠져들었다. 새해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를 암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겼고, 차기 대선에선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크게 앞섰으며, 4월 재·보선에서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가 승리해야 한다는 비율이 훨씬 높은 조사 결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집권 세력은 연초부터 친문 팬덤 정치와 진영 논리에 더욱 깊이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 만약 4월 서울·부산 시장 보선에서 집권 여당이 패배하면 여야 전체의 대권 구도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친문 진영에서 ‘믿을 수 있고, 이길 수 있는 제3 후보’를 발굴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의 충돌이 예견되고 원팀을 강조했던 ‘친문 세력의 분화’가 가속화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상왕’이라고 불리는 이해찬 전 대표 간의 갈등 여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의회와 행정부는 권력 분립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지향한다. 의회가 강한 정책 형성력과 높은 수준의 국민 지지를 받는 ‘능동형’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선 의회의 대행정부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집권당 내 친문 성향 의원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지난해 국회 때와 같이 입법을 정치적 무기로 휘두를 가능성이 크다.

◇야당의 길과 ‘반문’ 연대

야당이 정권교체를 하려면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과 김종필의 ‘DJP연대’처럼 깜짝 놀랄 만한 ‘통치동맹’을 해야 한다. 야권으로서는 ‘반문’ 슬로건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인이 한울타리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부산시장 보선은 이런 오픈 플랫폼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선거는 구도고 연대다. 국민의힘은 특히 서울시장 보선 승리를 위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참여하는 원샷 경선을 하든, 후보 단일화를 하든 연대를 통해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패배한다. 이것은 철칙이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최악의 ‘청와대 종속형’ 국회 : 제도적 자율성이 붕괴하고 국민 통합력과 정책 결정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최악의 ‘청와대 종속형’ 국회로 전락. 민주주의의 규범과 관행이 파괴되고 反자유주의적·반시장적 법안이 양산됨.

4월 재·보선과 정국 변화 : 단임 대통령제 아래서의 임기 말 ‘민심 이반의 법칙’으로 권력 레임덕이 찾아올 것. 특히 4월 서울시장 보선 결과에 따라 친문 세력 분화가 가속화하면 여야 대권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음.

야당의 길과 ‘반문’ 연대 : 야당이 정권교체를 하려면 1997년 DJP 연대처럼 ‘통치동맹’을 꾀해야. 서울시장 선거부터 ‘반문’ 슬로건으로 범야권이 한울타리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함.

■ 용어 설명

‘민주주의 가드레일’에서 가드레일이란 ‘규범’을 뜻함. 레비츠키와 지블랫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쓴 개념. 이들은 성공적인 규범으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꼽고 있음.

‘DJP 연대’는 김대중과 김종필이 1997년 대선에서 단일화해 집권한 뒤 3년간 내각을 분점하는 ‘통치동맹’을 만들어낸 것을 이름. 호남과 충청의 지역연합, 진보와 보수의 이념연대 성격을 동시에 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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