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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08일(金)
정종과 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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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맑음과 흐림의 잣대로 구분하는 것은 우리만의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막걸리라고도 하는 탁한 술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술을 만들 때 재료들은 가라앉히거나 걸러내어 술을 추출하는데 우리는 거칠게 마구 걸러내어 여러 성분을 함께 즐긴다. 이런 이유로 탁주와 청주의 구별이 생긴다. 그런데 흐린 탁주에 대해서는 정감을 느끼지만 맑은 청주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청주(淸酒)’의 본뜻은 ‘맑은 술’인데 요즘의 인상은 이름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맑기로 치면 소주가 더 맑으니 오히려 순한 술, 또는 부드러운 술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막걸리와 소주 사이에 있는 어중간한 도수의 술이 바로 청주다. 막걸리처럼 든든하지도 않고 소주처럼 화끈하지도 않다. 취할 만큼 먹고 나면 뒤끝이 좋지 않으니 술꾼들의 사랑을 받기도 어렵다. 청주가 제사상에나 올리는 술로, 혹은 전통주라는 이름으로 명절에나 가끔 맛보게 되는 술로 남겨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주에 대한 비호감은 그 이름 때문에 더해진다. 나이 든 세대에게 청주는 ‘정종’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된다. 정종은 ‘바바리’나 ‘포스트잇’만큼이나 엉뚱한 이름이다. 정종은 ‘正宗’이라 쓰고 ‘마사무네’라고 읽는 일본의 청주 상표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세워진 일본식 청주 회사의 상표가 마사무네인데 그것이 워낙 널리 퍼지다 보니 정종이 곧 청주가 된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사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사케는 곧 술이라는 뜻이니 일본술은 ‘니혼슈’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와인은 술 전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포도주만을 가리키기도 하니 사케가 굳이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일본어를 그대로 쓴다는 것인데 정종, 사케, 와인 모두 고유어는 아니다. 반드시 고유어만 써야 한다는 강박에 취하지만 않는다면 적당히 마시고 써도 무방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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