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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2일(火)
美 “이란 80억원 몰수” 발표에 이란 “美 도둑질” 반발… “韓, 양국갈등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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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나포 배경에 ‘이란 옥죄기’
이란 “韓 자산문제해결이 우선”


미국 법무부가 지난 5일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정 씨의 대이란 금융제재 위반 사건을 언급하며 “이란 자산 700만 달러(약 80억 원)를 몰수해 ‘미국 테러지원국 피해 기금’(U.S. VSST Fund)에 보탰다”고 발표한 사실이 12일 알려졌다. 이란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미국이 이란 주머니를 도둑질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있는 이란 자산을 찾아와야 한다”는 등 극심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란의 한국 유조선 나포 배경에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정부는 유조선과 나포 선원 석방 협상을 위해 현지를 찾은 한국 대표단에게 한국에 동결돼 있는 자산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 법무부가 ‘이란 자산을 몰수해 테러지원국 피해 기금을 모았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이란 내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미국이 발표에서 언급한 정 씨 사건은 지난 2011년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규모의 이란 정부 자금을 유통하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으로 걸린 대이란 금융제재 위반 사건이다. 당시 한국의 한 은행은 정 씨와 이란의 자금 거래 중개 과정에서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을 준수하지 못해 지난해 4월 8600만 달러(약 1000억 원)의 벌금을 물었다.

이란의 개혁성향 언론 ‘에테마드(Etemad)’는 지난 7일 자 1면에 서울의 해당 은행 본사 사진을 싣고 “미국이 한국에 묶인 이란 자산을 침탈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에 있는 이란 자산을 찾아와야 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란 정부가 한국에 묶여있는 자국 자산을 돌려달라고 우리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의 회담에서 “한국 내 동결 자산은 양국 관계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를 제거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 자산을 가진 한국의 은행 관련 사건을 거론하며 ‘이란 옥죄기’에 나서자 이란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혁 한-이란협회 사무국장은 통화에서 “정부가 기존 입장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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