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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톡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3일(水)
눈이 먼 청년과 상처 입은 여자… 치명적 결핍에도 지고지순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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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라인드’

멜로영화치곤 강렬한 인물 설정이 초반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붙든다. 눈먼 청년 루벤과 알비노처럼 하얀 머리와 피부, 얼굴에 흉측한 상처까지 가진 여자 마리. 루벤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상실한 후 날마다 고통에 몸부림친다. 자신을 도와주려는 주변의 손길을 거부한 채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마리는 루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새로 온 ‘도우미’다. 역시나 루벤에게 거친 대접을 받지만 오히려 더 단호한 태도로 루벤을 제압한다. 루벤은 점차 마리의 기품 있는 목소리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마리도 꽁꽁 묶어뒀던 마음의 문을 연다. 비록 둘 다 치명적인 결핍을 지니고 있지만 아무 조건도 없기에 행복한 사랑이다.

그러나 채움과 회복이 방해가 될 줄이야. 루벤이 수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게 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루벤이 다시 앞을 보게 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는 마리는 이제 루벤과의 만남을 피한다. 과연 두 사람은 이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의 여성감독 타마르 반 덴 도프가 2007년에 만든 작품이다. 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적은 있는데 국내에서 개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데르센의 걸작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눈의 여왕’은 여왕의 마법에 걸려 납치된 소년 카이와 그를 사랑하는 순수한 소녀 게르다의 이야기다. 영화 속 루벤은 마법에 걸려 세상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 소년 카이와 닮아 있고, 마리는 카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소녀 게르다와 비슷하다. 하지만 카이와 게르다의 사랑이 동화 속 환상이라면, 루벤과 마리의 러브스토리는 차별과 편견에 가로막힌 현실이다.

이름도 잘 모르는 북유럽의 배우들이 나오지만 감정의 앙상블이 매우 아름답다. 루벤을 연기한 벨기에 출신의 배우 요런 셀데슬라흐츠는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마리 역의 핼리너 레인 역시 감독 겸 배우답게 상처를 지닌 마리의 심리를 몸의 작은 떨림과 호흡을 통해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이들의 사랑이 결국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순간, 극본을 직접 쓴 감독은 더욱 파격적인 방식으로 러브스토리를 완성한다. 오랜만에 보는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다. 비대면의 일상화로 마음이 건조해진 사람들에게 진실한 사랑은 무엇인지 다시 질문을 던진다.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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