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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3일(水)
서울·부산 보선, 성범죄 망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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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21세기하고도 21년이 지난 현시점에 스스로를 국가 전체, 또는 집단 전체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파시스트가 여전히 득세하는 모습을 본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사례가 그렇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도 예외가 아니다. 타인의 권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권력을 동원하고 자신이 가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파시즘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히틀러를 필두로 20세기 전반에 걸쳐 계속됐고, 베를린장벽이 무너졌을 때 전 세계로 내달리던 민주주의를 향한 가속도는 이제 후진으로 바뀌고 말았다.

지금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오는 4월 7일 재·보선의 의미다. 이제 꼭 12주 남은 서울·부산 시장 보선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여 남은 시점에 치러진다. 대선을 1년 정도 남겨 놓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미니 대선 또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 수도 서울과 두 번째로 큰 도시 부산에서, 그것도 두 시장 모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선택으로 고인이 됐거나 재판을 받는 중이다. 지불하지 않아도 좋았을 선거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무고한 시민들로서는 열불이 날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는 서울 570억 원, 부산 267억 원이 선거비용으로 들 것으로 추산한다. 야당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에서 원인자 부담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그리고 기금을 모두 합해 40조2000억 원에 이르고, 부산시도 13조3000억 원에 이른다. 서울시와 부산시는 중기 재정계획에 따라 시장의 선거공약을 정책 과제로 해서 4년 임기 동안 중기적인 시각에서 투자사업이 선정되고 추진된다. 이번 경우처럼 중간에 시장이 유고(有故) 되면 투자사업의 방향성을 잃을 우려가 매우 커진다. 시민들은 내 돈을 정부가 강제로 걷어 어디에 썼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설명할 책임이 있다. 민주주의는 헌법에 따라 정부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하고 주기적으로 그 성과에 대해 책임을 물어 이들을 교체하는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서울·부산 시장 보선은 실질적인 의미와 상징적인 의미에서 분권 리더십의 최고봉을 재선출하는 것으로, 시민의 의사를 다시 표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시민은 알 필요도 없고 그저 믿고 만들어지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권리와 의무가 공평하게 분배되고, 사회계약이 존중되며, 모든 시민이 꿈을 꾸고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4·7 재·보선은 이러한 선택의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이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정직성(integrity)과 믿음 그리고 신뢰에 기반한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시민의 자유와 재산을 소중히 여기고 안심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를 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

시민들은 이미지 정치, 연출된 기획에 지쳐 있고 끊임없는 선전(프로파간다)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분노와 두려움보다는 용서와 화해 가치가 우선하고, 편가르기보다는 통합, 말보다는 행동, 상식이 통하는 가슴이 따뜻한 단체장을 원한다. 엘리트 의식, 위계질서, 폐쇄성, 무사안일의 비호감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그러한 인물이면 우리의 소중한 한 표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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