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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4일(木)
‘미국을 가장 초라하게’… 240년 민주주의 역사 ‘최대 오점’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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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막내린 ‘트럼프 4년’ - (上) 두동강 난 미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앞세워
노골적 反세계화·분열의 정치
TPP·파리기후협약 잇단 파기

의회 난입으로 2번째 탄핵 위기
“美민주주의 미래 의심케 만들어”
“군중 선동한 미치광이” 비판도


미국 백악관 자리까지 꿰차는 데 성공한 ‘포퓰리스트’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대통령이 오는 20일 롤러코스터 같은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영화 ‘힐빌리의 노래’에서 여실히 보여준 ‘러스트벨트(낙후된 공업지대)’ 지역 백인 노동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잊힌(forgotten) 미국인들은 더 이상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설파했고, 이후 포퓰리스트적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반(反)세계화 정책과 인종·성차별 발언으로 미국 사회는 더 분열됐고, 정치적 양극화는 더 짙어졌다. 특히 지난 6일 시위대의 의회의사당 난입은 쇠락한 미국 민주주의의 현주소까지 가감 없이 드러냈다.

◇“미국인 대학살 종식” 선언한 트럼프 집권 4년=2017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은 국민이 이 나라의 통치자가 되는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미국인 대학살(American carnage)을 지금, 여기서 끝낸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에 굶주린 이들과 교육받지 못한 학생들, 세계화 과정에서 희생된 미국 산업과 타국 안보를 위해 파견된 군인들을 ‘잊힌 남녀들’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새로운 비전”이라며 “무역·세금·이민·외교 문제에 대한 모든 결정은 미국인들을 위해 내려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의 ‘분노’와 ‘좌절’을 자양분 삼아 이들을 위한 차별적 정책을 펼치겠다고 취임과 동시에 공약한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충실히 실현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시작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이란핵합의(JCPOA) 등 다자 간 약속을 수차례 깼다. 국경장벽 건설, 불법 고용 단속 등 전방위적 반이민 공약도 이행했다. “워싱턴 정가에서 오물을 빼내겠다(Drain the Swamp)”며 퇴임 공직자의 로비스트 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반기득권적 행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 팽배해진 반엘리트주의와 호응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 기록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감세도 시행했다.


◇2차례 탄핵 추진 ‘불명예’ 기록과 얼룩진 민주주의=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실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1993년 조지 H W 부시 이후 28년 만에 단임 대통령이 됐다. 여기에 지난 6일 시위대의 의회의사당 난입을 사실상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또다시 의회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13일 미 하원이 결국 탄핵 소추안을 가결하면서 그는 임기 중 2차례 의회로부터 탄핵을 요구받은 역사상 첫 대통령이 됐다.

이 과정에서 무너진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다. 크리스 쿤스(민주) 상원의원은 13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국경 내에서 발생한 이번 폭동은 우리 민주주의를 약화시켰고, 그 약점을 드러냈다. 전 세계가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의 미래를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쿤스 의원은 “240년 이상 우리 공화국을 지켜 온 가드레일과 제도를 시험하고 파괴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돌렸다. 미국 밖에서도 이번 사태를 두고 “트럼프 집권기에 고조돼온 우익 폭력의 정점”(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트럼프를 향해선 “쿠데타를 시도한 현직 대통령”(역사학자 마이클 베슈로스), “이성을 상실하고 군중을 선동한 미치광이”(제프리 엥겔 미 서던메소디스트대 대통령역사센터 소장) 등의 혹독한 평가가 더해졌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은 결과적으로 또다시 ‘잊힌 사람들’을 양산했다. 데이비드 브라이트 예일대 교수는 자유주의자와 큰 정부 지지자, 비(非)백인 이민자, 페미니즘, 인종적 다원주의 등을 “트럼피즘이 싫어하는 것”으로 분류하면서 “환경 자원에 대한 무제한적 이용, 마스크 착용을 거부할 자유 등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집권 마지막 해 대대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흑인들도 트럼프 시대에서 잊힌 대표적인 사람들에 속한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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