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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건강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4일(木)
손 커지고 앞 이마 튀어나오면 ‘말단비대증’ 의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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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브란스병원 뇌종양센터의 구철룡(왼쪽) 교수와 김의현 교수가 말단비대증 환자의 검사 결과를 보며 치료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 세브란스병원, 코를 통한 말단비대증 환자 수술 큰 성과

성인인데 성장호르몬 과다 분비
손·발·코 등 말단이 비대해 져
서서히 진행 돼 쉽게 알지 못해
악성 종양·당뇨 합병증 동반도

비대증 주된 원인 뇌하수체 종양
코 통한 수술로 환자 90%가 완치


#회사원 전모(여·32) 씨는 올해 초 출퇴근길 걷기운동을 위해 마음먹고 운동화를 구매했다. 발볼이 넓어 한 치수 크게 샀다. 처음에 편하던 운동화가 차츰 발에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니 겨울이 되자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끈을 느슨하게 풀어도 신발이 작았다. 발뿐 아니었다. 날이 추워져 장갑을 꺼냈는데 지난겨울 쓰던 장갑도 작았다. 그저 살이 쪘다고만 생각한 전 씨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얼굴이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결과 말단비대증 진단을 받았다.

◇증가하는 말단비대증 환자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1726명이던 말단비대증 환자는 2016년 1766명, 2017년 1784명으로 증가하다가 2018년 1760명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9년 1836명으로 늘어났다. 말단비대증은 성장이 끝난 성인에서도 성장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면서 손과 발이나 코, 턱 등 말단이 비대해지는 질환이다. 전 씨처럼 얼굴 모양이 특이하게 변하거나 손발이 커져 장갑이나 신발이 맞지 않게 되고, 치아 부정교합으로 음식을 씹기가 힘들어진다. 보통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자신이 알아차리기 어렵다. 눈 위의 앞이마가 튀어나오며 어금니가 맞물리지 않는 등의 증상으로 의심할 수 있다. 악성 종양이나 당뇨병, 심혈관계·호흡기 질환 등 합병증으로 이어져 사망률이 증가한다.

성장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뇌하수체 종양이 말단비대증의 주된 원인이다. 성장판이 닫히기 전의 아이들 같은 경우 거인증으로 나타나며, 성인의 경우 말단비대증 증상을 보인다. 인구 100만 명당 3.57명 정도에서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구철용 세브란스병원 뇌종양센터 내분비내과 교수는 “말단비대증은 희귀질환이지만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자각하기 쉽지 않은 만큼 신발이나 장갑, 얼굴 모양 등 평소와 다른지 관찰해야 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의 이야기를 쉽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에서 더 많고 위험 = 말단비대증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에서 조금 더 많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단비대증 환자는 여성이 934명으로 남성 792명에 비해 142명 많다. 2016년 역시 여성 964명, 남성 802명으로 조사됐다. 2017년의 경우 여성 975명, 남성 809명이 진단을 받았으며, 2018년에는 남성 805명, 여성 955명이었으며, 2019년 남성 821명, 여성 1015명으로 확인됐다. 전반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다. 합병증 위험도 여성이 컸다. 내분비내과 이은직·구철룡 교수 연구팀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말단비대증 환자 718명을 일반인 7180명과 비교한 결과 말단비대증 환자의 8.5%(61명)에서 악성 종양이 발생했다. 대조군에 비해 2.82배로 높았다. 이 중 가장 흔한 악성 종양은 갑상선암(38명)으로 대조군에 비해 10배나 높게 조사됐다. 당뇨 및 심부전 유병률 또한 말단비대증 환자에서 증가했다. 연구 기간 중 남성 말단비대증 환자의 51.1%, 여성 환자의 57.0%에서 당뇨병이 확인됐다. 사망률 또한 말단비대증 환자의 경우 대조군에 비해 1.65배 높았다. 특히 여성에서 대조군 대비 1.75배로 사망률이 증가했다.

◇코를 통해 수술 가능, 합병증 토털케어 필요 = 일반적으로 포도당을 섭취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되는데, 말단비대증 환자의 경우 종양에서 과도하게 나오는 성장호르몬은 포도당으로 억제되지 않아 포도당 섭취 후 피검사에서 성장호르몬 농도를 측정해 진단한다. 진단 후 뇌하수체 종양의 위치를 찾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해 종양을 확인하면,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뇌하수체는 두개골 안에 위치하는데, 위치의 특성 때문에 코를 통해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시간도 짧지만, 뇌하수체 주변에 위치한 주요 뇌혈관과 뇌신경 손상 위험 때문에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김의현 세브란스병원 뇌종양센터 신경외과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수술을 받은 말단비대증 환자의 90%에서 종양이 완전히 제거됐다”면서 “80% 이상에서는 수술만으로 호르몬이 정상화되는 완치에 이르렀는데, 이런 수술 성적은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술만으로 완치가 되지 않을 경우, 약물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 구 교수는 “말단비대증 환자의 경우 다양한 합병증이 동반돼 사망할 수 있어, 말단비대증 진단뿐만 아니라 반드시 합병증에 대한 토털케어가 동반돼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말단비대증의 경우 성별에 따라 합병증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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