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고심 깊어지는 文… 野 “통합 결단하라” 靑안팎선 “불가”

文, 다음주 신년 기자회견 계획
사면 관련 입장 표명할지 주목

대법원이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 최종 판단을 내린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사면을 둘러싼 논란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다. 이낙연 대표가 제기한 사면론에 대해서도 여권 내에 부정적 기류가 여전하다. 그러나 4월 재·보궐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적 필요에 의해 사면 카드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사면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다만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면 논란이 길어지거나 여권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 역시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대법원 선고 전 사면 언급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형이 확정됨에 따라 어떤 식이든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단 문 대통령은 조만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의중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단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지는 불투명하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사면불가론’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13일) CBS 라디오에서 “사면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의 추이를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사면 불가 의견이 다소 우세하고, 특히 여권 핵심 지지층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더 강하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어떤 식으로든 두 전직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집권 5년 차 화두로 ‘통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반기 중 사면을 전격 결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대한민국 역사에 치욕을 안긴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을 좌지우지한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는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며 “사회질서를 통째로 뒤흔들어 역사에 치욕과 민주주의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밝혔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더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제 정치권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사면 필요성 주장이 제기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법적 결정을 넘어서 더 큰 대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사면이라는 고도의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다”며 “오로지 국민통합, 나라의 품격과 미래만 보고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면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 기조가 달라질 게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앞서 사면의 전제로 전직 대통령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다.

민병기·이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