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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4일(木)
공권력 절차위법(違法) 엄벌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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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말에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설령 김 전 차관이 불법을 행한 것이 사실이라 해도 이를 처벌하는 공권력은 항상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형벌을 부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공권력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을 서슴지 않는다면, 공권력의 불법에 의한 인권침해의 위험성은 더욱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법한 절차로써 공권력을 통제하기 위해, 영장제도를 비롯해 무죄 추정의 원칙, 미란다 원칙, 불법 수집 증거의 증거능력 제한, 자백의 증명력 제한 등 다양한 법원칙이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적법한 절차를 따지는 것이 영화에서처럼 범죄를 뿌리 뽑는 데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누가 범죄자인지가 항상 분명한 것도 아니고, 억울하게 혐의를 뒤집어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더욱이 범죄자라는 이유로 인권이 무시돼선 안 된다. 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의 인권은 코로나 위험에 방치돼도 괜찮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인권을 보장하는 적법절차가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을 향해 불법적으로 진행된 절차가 어느 순간에 내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출국금지가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가? 내가 정말 중요한 일로 외국에 나가야 할 때, 불법적인 출국금지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학업에, 취업에, 또는 사업에 큰 지장이 있을 수 있고,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것이 정당한 근거와 절차에 따른 것이라면 모르되, 불법적인 것이라면 그 손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독수독과(毒樹毒果)의 이론, 즉 고문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얻은 증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를 인정할 경우 고문 등의 불법을 조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적인 증거만 그런 게 아니라 불법적인 절차 또한 마찬가지다. 김 전 차관의 유무죄를 다투자는 게 아니다. 출국금지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적법한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범죄자라는 심증이 뚜렷하다고 해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입증하려 해선 안 되는 것처럼,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불법적 절차의 전모를 조사해 책임자를 확인하고 처벌할 뿐만 아니라,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확실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미봉책으로 그치면 또 다른 불법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희생자는 국민 중 누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게라도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고 처벌할 수 있었으니 괜찮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불법으로 만들어진 정의는 진정한 정의일 수 없으며, 목적이나 결과의 정당성으로 절차와 방법의 불법성을 치유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불법적 절차를 용인한다면 또 다른 불법을 낳게 되며, 결국 불법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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