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거 이기고 풀뿌리 정서 있다고 민주적 정당이라 인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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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1-01-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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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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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민주주의 연구의 대가인 래리 다이아몬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한 세미나 행사에서 각국의 민주주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 헬레나 연구소 홈페이지


■ ‘韓 민주주의 위기’ 석학 인터뷰 - 래리 다이아몬드 美 스탠퍼드대 교수

우리가 추구할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사법부의 독립
정보사회 독립 존중하는 것

정치적 반대자들에게서도
공통점 찾으려는 노력해야


“세계 여러 민주국가에서 시민의 자유가 점점 사라지고,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래리 다이아몬드(69)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1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세계적인 민주주의 퇴보 흐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는 미국뿐 아니라 자칭 민주화 세력이라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중인 한국에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해 “한두 차례 선거에 이겼다고 민주적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며 견제와 균형, 사법부·검찰 독립 등 기본적 민주주의 시스템을 지키라고 갈파했다. 그는 미국 민주주의 상황과 관련해서는 “대선 패배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은 민주주의 문화와 구조에 계속해서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퇴보에 대해 지속적인 경고를 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패배한 지금도 민주주의 퇴보는 계속되고 있다고 보는가.

“민주주의 퇴보는 여전히, 미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민주주의 퇴보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 내에 인종차별주의, 극단주의, 반이민주의, 반소수주의 정서를 부추기는 비자유주의 포퓰리즘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정치적 무관용, 정치적 양극화, 기성 정당들과 기관의 쇠락, 폭력 정당화 등을 당연시하는 게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만연되다 보니 사람들은 이 사실에 놀라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이런 조짐이 보여왔다. 세계 여러 민주국가에서 시민의 자유가 점점 사라지고,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인도는 가장 크게 우려되는 나라이며 터키와 헝가리 같은 국가는 민주주의로 가는 일이 중단됐다. 필리핀은 말하기 두려울 정도다. 남미는 (민주주의로) 되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퇴보에 빠져있고, 아마 앞으로도 여전히 깊은 퇴보 속에 빠져있을 것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징계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 소송을 접수했던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민주주의 사망’ 펼침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한국도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문재인 정부나 여당은 자신들이 민주적이라고 주장하는데.

“한국 여당(민주당)은 진보적인 대의와 동일시돼 왔고, 역사적으로 우파는 현재 야당(국민의힘)과 동일시됐다. 그러나 여당은 야당을 무시하고, 법원과 검찰에 대한 부적절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며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내가 매우 중요하게 강조하는 점은 이것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는 것 이상이다. 한 번 또는 두 번 선거에 이겼다고 매우 민주적인 정당이라거나, 민주적 시스템의 보호자라거나, 민의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다. 단지 경제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든 어떤 것을 잘했다고 해서 민주주의의 훌륭한 대표자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사법부 독립, 검찰 독립, 정보사회 독립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반대자들과도 최소한의 공통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다. 나는 한국 정당에 대해 편견이나 선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지난 30년간 그렇게 생각해왔다. 진보 진영에도, 보수 진영에도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한국 정치에 관해서는 정말 중립적이다. 다만, 내가 말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기본적 요소다. 단순히 많은 참여자가 있고 풀뿌리 정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적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야당의 권리, 비판의 권리, 반대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화하면 안 되는 중요한 정부 기관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권위주의적 성격의 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헌신하기보다 자신의 개인적·정치적 야망을 위해 헌법상 민주적 규범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영구화하고, 확장하기 위해 거짓말과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분열을 조장하는 데 지난 4년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사회 구성원 중에서 경제적·사회적으로 낙오됐다며 불만을 가진 이들과 연계를 맺어왔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은 미국 사회에서 소수 인종의 중요성과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는 세상을 잃고 있다고 느낀다. 자신들이 백인이고, 남자이며, 과거 정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양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일부는 사회적, 일부는 인종적, 일부는 경제적, 일부는 이 세 가지 모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점을 의식적으로 이용하고 동원했다. 그리고 지난 6일 일어난 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전략적 야망의 결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여전히 많다. 트럼프의 영향력이 계속될까.

“우리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 흐름을 보고 있다. 공화당 자금 모금이 줄어들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33% 정도로 떨어졌다. 나는 지지율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할 때 사법 기관들이 더 많은 조사를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로 하원을 통과한 탄핵 소추안의 상원 재판에서 유죄판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공화당 상원의원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하고 경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면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멀리하고 공화당을 제자리에 놓으려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적인 음모론자다. 그가 선거에 이겼다고 생각하는 충성파들이 있다. 그들은 사기로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나라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모든 증거를 부인하며 맹목적으로 추종할 것이다. 그 중 일부는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폭력을 사용하거나 용인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민주주의 문화와 구조에 계속해서 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주의 회복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문제는 미국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서로 모순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는 당파적 분열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화해와 타협을 모색하고 더 많은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는 헌법과 민주주의에 반한 중대 범죄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적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노력했다. 법원에 선거결과를 뒤집거나 무효화를 요구하는 소송들을 했다. 법원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심지어 공화당 성향의 판사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들도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의 선거관리 책임자를 협박하고 자신을 선거 승자로 선언하라고 말한 녹음 테이프도 있다. 확실한 범죄행위다. 나는 이것이 탄핵을 정당화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범죄라고 생각한다. 의회에 대한 반란을 부추긴 건 미국 대통령에 의해 저질러진 사상 최악의 범죄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범죄다. 2차세계대전 이후 선진 산업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부 수반이 저지른 최악의 범죄다. 이 상황에서 단순히 ‘나라를 치유하자’ ‘과거로 돌아가자’ ‘잊어버리고 상처를 깊게 하지 말자’고 말할 수는 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극복 과정이 ‘진실과 화해’로 불린 데는 이유가 있다. 화해와 책임감, 두 가지가 필요하다. 둘 사이에 긴장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인터뷰 = 김석 워싱턴 특파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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