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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5일(金)
가마뚜껑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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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따지면 ‘가마솥’은 틀린 말이다. ‘가마’가 큰 솥을 뜻하니 가마솥은 ‘큰 솥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많이 쓰니 굳이 시비 삼을 필요는 없다. 방언을 들여다보면 반도의 남쪽 지역에서는 크기에 따라서 ‘솥’과 ‘가마솥’을 구별해서 쓴다. 북쪽에서는 ‘가마’만으로 솥 전체를 가리킨다. 가마는 큰 솥이니 밥을 짓기 위한 작은 솥은 ‘밥가마’로 따로 부른다.

중국의 우리 동포들의 말은 북녘 말에 더 가까우니 이들도 솥을 가마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가마뚜껑은 특별한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가마뚜껑의 특별한 용도라 하면 삼겹살 구이용 불판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아니다. 허공을 가르며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보물을 잡기 위한 도구이다. 조상들의 땅에서 만들어져 위성을 통해 지상으로 뿌려지는 전파를 잡기 위한 위성안테나를 이들은 가마뚜껑이라 부른다.

우리는 이 안테나를 보고 접시를 떠올리는데 이들은 통 크게 솥뚜껑을 떠올린다. 아무래도 솥뚜껑을 뜻하는 중국어 ‘궈가이(鍋蓋)’를 위성안테나의 뜻으로도 쓰는 중국인들의 용법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가마뚜껑이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짧은 시간 내에 이뤄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 속에 담긴 남쪽의 말, 문화, 정보를 가마뚜껑으로 받아 온종일 보다 보니 어느새 이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

중국 동포들에게 남쪽의 말과 문화를 전하기 위해 수교 이후 여러 방법이 시도됐다. 그러나 그 과정이 더디기만 했는데 위성방송이 시작된 후 이 모든 것이 아주 잰걸음으로 저절로 이뤄졌다. 요즘은 인터넷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가마뚜껑의 효용이 조금 줄어든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전파 수신과 인터넷 연결이 자유롭지 못한 땅, 그 땅에 가마뚜껑이 설치될 날을 기대해 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남과 북이 한솥밥을 먹게 될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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