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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5일(金)
‘특등머저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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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일상에서, 멋진·좋은·즐거운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 영어 나이스(nice)는 본래 그런 뜻으로 쓰인 말이 아니었다. 라틴어 시절에는 네스키우스(nescius)로 ‘무지한’ ‘할 줄 모르는’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그런데 프랑스어로 니스(nice)가 된 이후 ‘어리석은’이라는 뜻을 가진 채로 13세기 영어권에 흘러들어 갔다. 이후 ‘사내답지 못한→유약한→꼼꼼한’을 거쳐 오늘날에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인다. ‘무지한’에서 출발해 ‘멋진’으로 전의(轉義)된 과정을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머저리’가 ‘멋쟁이’로 거듭난 셈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평범한 사람을 가리키던 ‘장본인’이란 말이, 오늘날 우리말에서는 사건의 주모자 등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는 형태와 정반대의 케이스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한때 ‘빠가’라는 비속어가 유행했다. 바보·머저리라는 뜻으로, 바카야로(馬鹿野郞)라는 일본어의 줄임말이다. 이 말의 여러 어원설 중에는,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이르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유래설도 있다. 일본어 바카(ばか)는 어리석은 사람 또는 머저리를 가리키는 말인데, 말과 사슴도 분간 못 하는 바보라는 의미에서 마록(馬鹿)이란 한자로 표기한다는 주장이다. 몇 가지나 되는 어원설 모두 머저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머저리는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멍텅구리와 같다. 어원 구조는, 멈추다는 뜻의 ‘멎’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어리’가 합쳐진 형태로 추정된다. 머저리라는 말은 인격 비하 용어여서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 며칠 새 ‘머저리’라는 말이 버젓이 언론에 등장했다. 그것도 ‘특등-’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채로. 북한 당중앙위 부부장으로 강등된 김여정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우리 군의 합동참모본부를 향해 “특등머저리들”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는 기사에 나온다. 우리 군 지휘부를 1등보다 더 높은 ‘특등머저리’라고 한 것이다. 그는 그러고도 성에 안 차는지 엄포도 빼놓지 않았다. “언제인가도 내가 말했지만, 이런 것들도 꼭 후에는 계산이 돼야 할 것이다.” 안하무인 말본때로 보면 마치 국군 통수권자라도 된 듯하다. 그 말 듣고도 반박 한마디 못 하는 ‘특등머저리들’이 측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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