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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주필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5일(金)
대통령도 반역자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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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트럼프 내란선동 몰리며 퇴임
민주주의 파괴한 최악 대통령
文정권 국헌문란과 매국 자행

갈수록 ‘벌거숭이 임금님’ 연상
‘다수 의석의 저주’ 현실화 조짐
공수처 보호막도 民意 못 이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파괴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구원하는 역설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선 불복과 의사당 난입 사태는 미국의 흑역사로 남게 됐지만, 강력한 민주주의 복원력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각국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민주 제도를 악용해 독재로 치닫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미국은 민주주의 토대가 튼튼했기 때문에 4년 만에 정상화 쪽으로 선회할 수 있었다. 트럼프 행태에 대해 미국민은 즉각 내란 선동으로 규정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반역은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확고해졌다. 미국은 민주주의 위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제 암울한 터널의 한가운데에 있다. 헌법과 민주주의 시스템이 무너지는 전반적 상황도 미국보다 심각하다. 미국은 트럼프 개인의 일탈인 반면, 한국은 정권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와중에 실시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함으로써 마구잡이 입법까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김학의 전 차관 출국을 막으려 법무부와 검찰의 친정권 인사들이 공문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뭉개려 한다. 그런 불법에 연루된 인사들에게 핵심 보직을 맡겼다. 검찰 장악을 검찰 개혁이라고 둘러댄다. 정권에 의한 법치 파괴다.

북한 김정은이 전술 핵무기 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강력히 경고하고, 확고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으로라도 대화할 수 있다”고 했고, 통일부는 즉각 비대면 회의실 구축에 나섰다. 같은 날 김여정한테서 “특등머저리들” 조롱을 들었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해도 항의는커녕 저자세로 절절맸다. 이런 안보 포기는 반역이다.

탈원전으로도 모자라 삼중수소 괴담까지 퍼뜨린다. 천신만고 끝에 확보한 세계 최고의 원전 경쟁력을 죽이지 못해 안달한다. 국익을 팔아먹는 매국이다. 이익 공유제에다 주택 공유제, 재산 공유제, 소득 공유제까지 나올 판이다. 5·18왜곡처벌법, 대북전단금지법 같은 위헌 법률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같은 위헌 기관까지 만들었다. 국가 기본질서를 허무는 국헌문란이다.

한결같이 파국의 경고 신호들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국가 장래를 위해, 문 대통령을 위해 이런 상황은 빨리 종식돼야 한다. 그러려면 문 정권이 스스로 바뀌거나, 야당이 강력한 대안 세력으로 부상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기대하기 힘들다. 원로 진보 인사인 홍세화 씨는 최근 ‘우리 대통령은 착한 임금님’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선의의 약속을 하는 자리에만 나타나고 불편한 자리는 피하는 문 대통령이 임금님 같다는 내용이다. 문빠들로부터 갖은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데, 그들에겐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다. 문 대통령 신년사를 보면 새삼 이해가 간다. 자화자찬과 공허한 청사진 일변도다. 딴 나라 대통령 같다.

국민에겐 안 보이고 그들에게만 보이는 옷을 입은 ‘벌거숭이 임금님’이다. 동화는 한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데서 끝난다. 그 뒤엔 어떻게 될까. 첫째 가능성은 왕권 교체다. 지도자가 장사치에게 현혹되고, 직언하는 신하도 없는 권력은 유지될 수 없다. 트럼프 경우와 비슷하다. 둘째, 진실을 봉쇄하는 데 성공해 계속 통치한다. 북한이 그런 체제다. 셋째, 왕이 크게 깨닫고 신하들을 싹 바꾼 뒤 선정을 펼친다. 안타깝게도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파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크래시 랜딩의 직접적 원인은 세 가지다. 전문 지식과 정상 절차를 무시했다. 임기 말로 갈수록 통합을 중시해야 하는데 반대로 강경 지지자들에게 기댔다. 유능한 참모는 내치고 아부하는 내 편만 중용했다.

문 대통령도 국회 의석만 믿고 버티면 몰아서 심판받는 ‘다수 의석의 저주’에 직면한다. 울산선거, 탈원전 등 구체적 혐의도 쌓여간다. 여당 대선 주자들도, 공수처도 문 대통령을 끝까지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시간도 별로 없다. 15개월, 임기의 4분의 1이 남았지만 실제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그 절반쯤이다. 벌거숭이 임금님의 세 번째 길을 택할 것인가, 트럼프처럼 급전직하할 것인가. 문 대통령 본인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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