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급여, 방문 요양사 152만원·가족이 돌볼땐 50만원

가족 돌봄 요양사 月급여 불균형

2019년 재가급여 4조3702억중
가족 돌봄 요양사 급여는 10%

“시설입주 꺼리는 노인들 위해
가족이 돌보도록 제도개선을”

인천 서구에 사는 강모(여·49) 씨는 ‘가족 돌봄’ 요양보호사다. 치매로 장기요양보험 5등급 판정을 받은 시아버지를 집에서 돌보기 위해 지난달 직장을 그만두고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월 91만5980원(본인부담금 13만7390원)의 장기요양급여를 받아 하루 3시간은 재가노인요양센터 방문 요양보호사에게 시아버지를 맡길 수 있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두 달간 돌봄 교육을 받고 요양보호사가 된 그는 집에서 직접 시아버지를 돌보고 있지만, 기존 방문 요양보호사에게 지급되는 장기요양급여의 절반인 월 45만 원의 재가급여를 받는다. 노인시설 입소를 꺼리는 시아버지를 맡길 곳도 없고 코로나19로 방문요양도 받을 수 없어 직장까지 그만뒀지만, 가족을 돌본다는 이유로 같은 요양보호사의 급여가 절반 이상 차이 나는 것을 강 씨는 납득하지 못했다.

15일 인천시와 건보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강 씨처럼 노인 돌봄을 위한 전문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한 요양보호사는 인천에서만 6787명에 달한다. 전년도 8691명에 비해 자격증 취득자가 다소 줄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응시 기회가 4회에서 3회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수는 아니다.

지난해 건보공단이 발간한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를 보면 전국적으로 약 44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 중 38만 명이 양로원과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재가요양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가족 돌봄을 하는 것으로 건보공단은 보고 있다.

하지만 강 씨처럼 돌봄 대상이 가족이면 수급자의 등급에 상관없이 하루 60분, 한 달 20일만 돌봄이 인정돼 월 40만~50만 원의 재가급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수급자가 가족이 아닌 경우 방문 요양보호사가 받을 수 있는 재가급여 한도액은 152만 원이다. 건보공단이 2019년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한 재가급여는 4조3702억 원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가족 돌봄을 신청한 요양보호사가 받은 급여는 4375억 원(10%)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설 입소를 원하지 않거나 타인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길 싫어하는 노인들이 집에서 가족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현숙 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시설에 격리하거나 타인에 맡기는 것보다 가족이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노인 인구 증가를 이유로 장기요양보험료를 올해부터 12.9% 인상했다. 전국 65세 이상 노인 800여 만 명 가운데 장기요양급여 1~5등급 판정을 받아 보험료 지급을 신청한 노인은 2019년 기준 77만2206명이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