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텍 신근유 교수팀 ‘어셈블로이드’개발… ‘네이처’誌 발표

다양한 세포들 모아 조립 성공
생체內 조직 변화 그대로 재현
‘맞춤형 어셈블로이드’도 개발

암세포 유동성 조절해 없애는
차세대 치료법 개발 가능해져
치매·조현병 치료에도 큰 도움

심장, 간 등 인체 장기(臟器)를 완벽하게 재현한 조립형 ‘미니(mini) 장기’가 나왔다. 살아 있는 생체의 장기를 대상으로 직접 실험하기 곤란한 약물·독성 테스트, 염색체·단백질 구조 연구 등에 요긴하게 쓰일 전망이다. 신근유 포항공과대(POSTECH)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병원과 공동으로 조립형 신개념 장기 ‘어셈블로이드(assembloid)’를 개발해 지난해 말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시험관에서 줄기세포를 키워 구현한 체외(體外) 조직을 ‘오가노이드(organoid)’라고 한다. 사람의 장기 구조와 같아 흔히 ‘미니 장기’ 또는 ‘유사 장기’라고 한다. 인체 장기의 기능까지 재현할 수 있어 인공장기를 만들거나 신약 개발을 위한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신 교수팀은 이번에 오가노이드를 뛰어넘어 장기 내 존재하는 모든 세포를 포함해 완벽한 인간조직을 구현할 수 있는 어셈블로이드를 순수 국내 기술로 새로 개발했다. 상피세포, 주변 기질층, 바깥의 근육세포층 등 다양한 세포를 모아 컴퓨터 조립하듯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종래 오가노이드는 장기의 성숙한 구조를 모사하지 못하고 조직 내 주변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인체 장기의 기능 수행을 위한 다양한 세포 및 조직 사이의 상호작용이 이뤄지지 못해 암 등 다양한 난치성 질병의 모델링에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신 교수팀이 새로 만든 어셈블로이드는 세포 구성과 단일 세포 수준에서의 유전자 발현 양상이 성숙한 성체 장기와 같고, 장기 손상에 따른 조직 재생 반응이 일어날 때도 생체 내 조직의 변화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상 장기로부터 발생되는 인간 종양의 병리·생리학적 특징을 완벽히 모사하는 환자 맞춤형 ‘종양 어셈블로이드(tumour assembloid)’도 개발할 수 있었다. 유전자 조작 및 암세포 조립이 가능한 종양 어셈블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종양 주변 환경에서 발생한 신호가 종양세포의 유동성을 결정하는 생리적 작용의 원리를 밝혔다. 이는 종양세포와 기질 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피드백이 종양 가소성을 조절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결과는 암세포의 유동성을 조절해 소멸시키는 차세대 암 치료 패러다임인 암세포변환 치료법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논문 제1저자인 포스텍의 김은지 씨는 “어셈블로이드를 활용하면 암이나 퇴행성 질환, 조현병, 치매 등 난치성 질병을 모델링하고 발생 기작의 규명 및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신 교수·통합과정 김은지 씨 연구팀이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구자현 서울대병원 교수, 포스텍의 김상욱 교수, 정성준 교수, 노태영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