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건설 90%가 공사비↑… 평균 119억 혈세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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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실련, 2019년 준공 49건 분석

43건 공기 지연… 1년이상 절반
예산도 확보 안하고 졸속 추진
장기계속공사 세금 낭비 부추겨

국책사업의 대규모 공공건설공사 절반 이상이 1년 이상 공사 기간이 지연된 데다 공사 금액도 크게 불어났다는 시민단체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무분별한 공사 남발로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지난 2019년 준공한 총 공사비 100억 원 이상의 공공건설공사 49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분석 대상이 된 공사 49건 중 43건(88%)의 공사 기간이 늘어나 대부분의 국책사업에서 공기 지연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12개월 이상 완공이 늦어진 사업도 25건(51%)으로 절반을 넘었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공사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49건 중 공사비 변동이 없거나 감소한 사업은 5건(10%)뿐이며, 나머지 44건의 공사에서는 모두 공사비 증액이 발생했다. 증액된 액수는 1건당 평균 119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예산 낭비가 심해진 이유에 대해 경실련은 장기계속공사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장기계속공사는 설계상의 총 공사금액으로 입찰하고, 매년 예산범위 내에서 계약을 체결·이행하는 형태의 공사다. 계속비공사 방식과 달리 전체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착수하기 때문에 후속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사 기간이 지연된다.

이번에 경실련이 분석한 공사 49건 중 계속비공사 방식은 8건(16%)에 불과했고, 나머지 41건(84%) 모두 장기계속공사로 계약이 체결됐다. 또 장기계속공사 41건 중 14건의 사업은 공사비 확보가 1%에도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26건의 사업은 5%도 안 된 상태에서 각각 착공됐다. 경실련은 “41건의 공사비 증가분 중 물가상승액 비중은 47.7%에 달한다”며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장기계속공사는 공기 지연, 잔여 공사 증가, 공사비 증액의 악순환 구조를 형성시켜 혈세 낭비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장기계속공사에 대해 “국회 의결을 얻지 않고도 손쉽게 사업을 착수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표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추진하거나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혈세 낭비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제도”라고 비판했다. 지역균형발전 등 명목으로 대규모 재정지출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유사한 혈세 낭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해 7월까지 약 88조 원 규모의 105개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예타 면제 역시 공기와 공사비 증가를 낳아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